ILO “유로존 실업문제, 폭동 일으킬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라이더 사무총장 경고
“긴축정책이 사회안정 위협… 고용확대 방안 포함돼야”

“유로존의 고실업은 ‘아랍의 봄’ 같은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이 유럽 재정위기의 한복판에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고실업 문제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

라이더 총장은 3일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두 지 상파울루와의 인터뷰에서 “유로존의 실업률이 낮아지지 않으면 ‘아랍의 봄’ 같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등이 실업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거의 소진됐다”고 지적하고 “실업률이 감소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유럽에서 대규모 폭동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장기간 긴축정책으로 공공 지출과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특히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청년층의 반발과 사회적 갈등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라이더 총장은 “유로존이 1999년 유로화 탄생 이후 최악의 실업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며 “실업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못하면 사회 불안을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금융시스템도 망가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에 고용 확대 방안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유로존의 9월 실업자 수는 1849만 명(11.6%). 전월보다 0.1%포인트(14만6000명) 상승한 것으로 지난 1999년 유로스타트가 생긴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유로존 실업률은 10.2%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유로존의 실업률이 11.2%로 오르고 2013년에는 11.5%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최근 경제난을 겪고 있는 미국의 실업률 7.9%를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유로존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스페인으로 9월 실업률이 25.8%로 8월(25.5%)보다 0.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25세 이하 청년층의 실업률은 전달(53.8%)보다 0.4%포인트 오른 54.2%였다.

ILO는 올해 7월 보고서에서 유로존의 실업자 수가 4년 후에는 450만 명이나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유로존 실업자는 2300만 명에 이른다. 유로존이 긴축 일변도에서 고용과 성장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경제위기가 심화하고 고용 회복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특히 구제금융을 이유로 긴축정책을 강화해서는 안 되며 올바른 금융산업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라이더 총장은 유럽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국제사회에 노동계, 특히 청년층 실업자의 문제점을 적극 전달하고 있다. 영국 리버풀대와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1980년대 영국 노동조합회의(TUC)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한 그는 올해 5월 관료 경험이 없는 순수 노동운동가 출신의 첫 ILO 사무총장에 선출됐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유로존#실업문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