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제난 올라탄 분리독립 움직임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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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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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카탈루냐-스코틀랜드-플랑드르-코르시카-이탈리아 북부
각국 정부 “EU 가입 거부권” 경고… “고립 자초할라” 주민들 우려도

최근 유럽의 경제난이 가속화되면서 여기저기서 분리, 독립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 분리 요구는 과거부터 있었지만 최근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독립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 현재 이런 움직임을 타고 분리주의 정당이 세력을 크게 넓힌 곳만도 5개국에 걸쳐 6곳이나 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스페인 카탈루냐 지역. 첨단 산업과 높은 농업생산력 덕분에 스페인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창출할 만큼 스페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연간 지역내총생산(GRDP)의 9%(약 170억 유로)가량이 중앙정부를 통해 남부 안달루시아 등 가난한 지방정부를 돕는 데 사용돼 이 지역 주민의 불만이 크다. 안달루시아는 이달 초 중앙정부에 49억 유로(약 6조9200억 원)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이런 가운데 카탈루냐 지방정부도 경제위기로 부채가 많아지자 분리주의자들은 세금을 강탈당하느니 차라리 독립하겠다고 주장한다. 카탈루냐 지방정부는 스페인 의회의 금지 결정에도 불구하고 11월 25일 분리 독립을 묻는 국민투표를 강행하기로 했다.

양극화의 뿌리가 깊은 이탈리아의 밀라노 피렌체 베네치아 등 르네상스 시대부터 상업 및 금융 활동으로 부를 거머쥔 북부 도시들도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가난한 남부지역을 왜 북부지역의 돈으로 먹여 살려야 하느냐는 것. 시칠리아 등 전통적으로 농업지역인 남부는 이탈리아 전체 면적의 40%, 인구의 35%를 차지하지만 소득은 북부의 60%에 불과하다. 북부 롬바르디아 주와 남부 칼라브리아 주의 소득 격차는 2배 이상이다. 북부 지역에서는 북부 도시들만의 ‘파다니아 공화국’을 만들자는 소리마저 나올 정도다.

카탈루냐, 이탈리아 북부와는 달리 스코틀랜드는 영국(잉글랜드)보다 경제력에서는 뒤진다. 하지만 200억 배럴 상당의 북해 유전을 독자 개발한다면 영국 연방에 속하지 않더라도 지금보다 더 부유한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며 독립 찬반 국민투표를 2014년에 실시하기로 영국과 합의했다.

하지만 이런 분리 움직임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다수 의견이다. 이들 지역이 독립한다면 유럽연합(EU)에 통합되지 못하고 고립을 자초해 결국 경제가 크게 나빠질 수 있다는 것. EU 회원국이 되려면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승인해야 하지만 분리가 이뤄진 스페인 영국 등이 이들의 회원 가입을 찬성할 가능성은 낮다. 카탈루냐(750만 명) 스코틀랜드(520만 명) 벨기에의 플랑드르(630만 명) 지방이 독립하면 대부분 인구가 100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소국으로 전락한다. EU 회원국들에 주어지는 역내 관세 철폐, 인력·자본·서비스의 역내 자유 이동 등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면 경쟁력마저 잃게 된다.

스페인과 영국의 중앙정부도 EU 카드로 이들의 분리 독립 움직임을 견제하고 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지난주 “어떤 지역이든 독립한다면 EU로 들어오는 문을 영원히 막아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영국은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더라도 EU 가입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분리운동을 펼치는 곳의 주민 가운데 정작 분리에 찬성하는 사람은 절반을 넘지 않고 있다. 분리에 대한 카탈루냐 주민의 찬성과 반대 의견은 각각 43%, 41%로 엇비슷하다. 스코틀랜드에서도 적극적으로 분리를 원하는 주민은 30∼40%밖에 되지 않는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유럽 경제난#분리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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