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리비아 美대사 살해범은 9·11 자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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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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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뉴스 “관타나모서 리비아 이감 뒤 풀려나”
사실일땐 “우발적 범행” 주장한 백악관 곤경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주리비아 미국대사가 사망한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 미국 영사관 피습사건의 범인 중 한 명은 2001년 9·11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와 연관이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폭스뉴스가 19일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9·11테러의 자금지원책과 연계돼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돼 있었던 수피안 빈 꾸무(53·사진)가 스티븐스 대사 등 4명을 살해한 공격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정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테러가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한 백악관은 곤경에 처하고 정부 당국은 테러 관련자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꾸무는 알카에다 자금 조달에 연관된 활동을 하다가 9·11테러가 발생한 뒤 파키스탄에서 체포됐다. 이후 6년간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됐다. 수감 기간에 자신과 연계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대한 정보는 어떤 것도 발설하지 않았다. 미 당국은 그를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는 ‘고위험 분자’로 지정했다.

그러다 2007년 리비아 감옥에 계속 수감되는 조건으로 리비아로 신병이 넘겨져 트리폴리의 아부살림 감옥에 수감됐다. 그러나 무아마르 카다피의 집권 41주년을 기념해 2010년 실시된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그는 지난해에는 카다피를 몰아내는 반군의 지도자로 변신했다.

꾸무는 1980년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 무자헤딘 대원으로 소련에 맞서 싸우기도 했다. 1993년에는 아프리카 수단에서 오사마 빈라덴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빈라덴의 운전사로 일했다는 설도 있다.

폭스뉴스의 보도가 나온 19일 미국 행정부 대테러센터의 매슈 올슨 국장도 이 사건을 ‘테러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벵가지 영사관에 대한 공격이 반이슬람 영화 ‘무지한 이슬람’에 격분한 시위대에 의한 우발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올슨 국장은 상원 국토안전위 청문회에서 “그들(미국인 희생자들)은 영사관에 대한 테러 공격 과정에서 숨졌다”고 말했다.

CNN은 20일 스티븐스 대사와 가까웠던 소식통을 인용해 스티븐스 대사가 벵가지 거주 당시 끊임없이 벌어지는 안전 문제에 대해 걱정했고 특히 자신의 이름이 알카에다의 공격 명단에 들어가 있는 사실을 말했다고 보도했다. 또 스티븐스 대사는 리비아 내에서 극단 이슬람주의자가 증가하는 것과 무장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세력을 확장하는 것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한편 영사관 공격을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영화 ‘무지한 무슬림’에 출연했던 여배우 신디 리 가르시아는 이날 영화 제작자 나쿨라 바슬리 나쿨라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구글에 대해서도 해당 영상을 인터넷상에서 삭제하라고 요청하는 소송을 냈다.

가르시아는 “대본에는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고 영화가 반이슬람 내용을 담고 있는지 몰랐다”며 “고대 이집트인들의 모험 영화인 것으로만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가 널리 알려지면서 몇 차례 살해 협박을 받았고, 손자들을 만나러 갈 수도 없게 됐다면서 “부끄럽고 치욕스럽다”고 밝혔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리비아 벵가지 피습#알카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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