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反美시위 ‘反서방’으로 번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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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 英-獨공관 습격당해… 예멘-레바논 사상자 속출
유럽-동남아까지 시위 확산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마호메트) 모독 영상으로 촉발된 중동의 반미(反美) 시위가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 이슬람권 국가는 물론 유럽까지 번지며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시위대의 공격 대상도 미국뿐 아니라 영국 독일 등의 외교공관으로 확대됐다.

13일(현지 시간) 예멘에서 시위대 4명이 경찰의 발포로 숨진 데 이어 14일 레바논에서도 최소 1명이 목숨을 잃는 등 인명피해가 늘고 있다. 예멘에서는 이슬람 금요예배 뒤 5000여 명이 거리로 나서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14일 이집트 카이로에서는 4일째 반미 시위가 이어졌다. 이날 ‘아랍의 봄’ 시위의 중심지였던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는 시민 수백 명이 “미국에 죽음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집트 당국은 전날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로 250여 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레바논에서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수도 베이루트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레바논 북부 트리폴리에서 시위대 300여 명은 미국계 체인인 KFC 점포 등을 습격했으며, 최소 1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부상했다.

같은 날 아프리카 수단은 시위대가 미국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다 가로막히자 독일과 영국 대사관 습격을 시도했다. 시위대 일부가 독일대사관에 진입해 국기를 불태우고 방화를 벌여 소방차가 출동하기도 했다. 튀니지에서는 수백 명이 미국 대사관을 공격해 관사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며, 경찰이 발포해 최소 5명이 다쳤다.

유럽의 영국과 터키에서도 반미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했으며, 이란 쿠웨이트 모로코 튀니지 나이지리아 등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아시아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반미 시위가 열렸고,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보안 경계를 강화했다.

한편 리비아 정부는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주리비아 미국대사 등 4명이 목숨을 잃은 벵가지 미 영사관 습격사건에 연루된 용의자 4명을 체포했다고 13일 발표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이슬람#반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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