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종파분쟁 격화… 하루 100여명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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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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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니파 부통령 사형선고 반발… 9일 전국서 30여건 연쇄테러
미군 철수 뒤 최악 유혈사태

이라크 법원이 9일 터키로 망명한 이라크 부통령(수니파)에 대해 사형선고를 내리면서 이라크 종파(宗派) 분쟁에 기름을 부었다. 이날 하루 수도 바그다드를 비롯해 15개 도시에서 30여 건의 크고 작은 테러로 최소 100명이 숨지고 400여 명이 다쳤다. 지난해 미군 철수 이후 최악의 유혈사태 중 하나다.

바그다드 법원은 이날 타레크 알하셰미 부통령(70·사진)에 대한 결석재판에서 ‘암살단을 조직해 이라크 보안군과 시아파 신도들을 상대로 테러를 한 혐의’로 사형(교수형) 선고를 내렸다. 하셰미 부통령은 수니파 출신 정치인으로는 최고위 인사. 그는 누리 알말리키 총리(62)가 이끄는 집권 시아파 정부가 지난해 12월 자신에 대해 2005∼2011년 폭탄테러 암살 등 150개 사건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령을 내리자 터키로 달아났다.

선고 당일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하셰미 부통령은 10일 터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아파 정부의 정치 모략”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알말리키 총리는 수니파에 대한 탄압을 당장 중지하라”며 “조국에 대한 나의 충성심은 변함이 없으며 (이번 평결은) 가슴에 새겨진 훈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간 이라크 집권세력과 같은 시아파 국가인 이란 배후설을 거론하며 “자국 이익을 노리고 남의 나라 내정에 간섭하지 마라”라며 비난했다.

사형선고 소식이 알려지자 바그다드 시내 시아파 지역의 식당을 비롯해 5곳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32명이 숨지고 102명이 다쳤다고 현지 의료 소식통들이 전했다. 또 이날 사형선고가 내려지기 몇 시간 전 두자일 지역에서도 무장괴한들이 무차별로 총을 난사했고, 키르쿠크 지역에서도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판결을 전후해 남부 바스라에서 서북부 시리아 국경의 탈아파르까지 최소 15개 도시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 이후 사담 후세인 정권(수니파)이 무너지고 다수파인 시아파가 정권을 잡은 이후 수니파가 소외감을 느껴 왔다. 수니파와 쿠르드 세력이 “말리키 총리가 권력을 공유하자는 합의를 지키지 않고 권력을 독점해 왔다”고 반발하면서 정부 기능이 마비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미군이 철수한 뒤 수니파 과격단체들이 정부군과 시아파 주민들을 공격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올 8월에만 278명이 테러로 숨졌다. 2006년과 2007년에도 수니파와 시아파가 내전과 다름없을 정도로 충돌한 바 있다.

이라크 시아파는 최근 수니파의 테러가 시리아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이라크 내 수니파가 시리아의 수니파와 연계를 꾀하고 있다는 것. 시리아 내 다수파인 수니파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시아파)을 몰아내고 집권에 성공할 경우 이라크 집권 시아파로서는 골치 아픈 상황이 된다.
: : 시아파와 수니파 : :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사망한 이후 교리상의 문제로 갈라졌다. 수니파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터키 등 전 세계 이슬람의 80% 이상이고, 시아파가 15% 정도. 시아파가 다수인 나라는 이란과 이라크. 이라크는 시아파가 3분의 2, 수니파가 3분의 1 정도다.

윤양섭 선임기자 lailai@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이라크#종파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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