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비서실장 리잔수 임명

  • 동아일보

공청단 출신이지만 시진핑도 신임… 후진타오 측근 전임 링지화는 좌천

중국 공산당은 개혁 성향의 리잔수(栗戰書·62) 구이저우(貴州) 성 전 서기를 공산당 중앙위원회 판공청(중앙판공청) 주임으로 임명했다고 관영 신화(新華)통신이 1일 보도했다.

중앙판공청은 당 중앙의 직속기구로 정치국 회의와 상무위원회 등의 사무를 관장한다. 중앙판공청의 수장인 주임은 총서기의 일상 업무를 관장하며 총서기의 연설문 작성과 경호 의전 등을 총괄한다. 한마디로 한국의 대통령비서실장과 경호실장을 겸임하는 막강한 자리다.

리 주임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신임을 받아온 링지화(令計劃) 주임의 자리를 이어받았다. 1986∼1990년 허베이(河北) 성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단장을 시작으로 경력을 쌓았고 2002년 5월 산시(陝西) 성 부서기를 거쳐 헤이룽장(黑龍江) 성 부서기와 성장을 거쳤다.

후 주석의 권력기반인 공청단 출신인 리 주임은 후 주석 측이 신뢰하는 인물이다. 2002년 후 주석이 당 총서기에 등극했을 때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같은 상하이방(上海幇)인 왕강(王剛)을 임명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인 셈이다. 당시 왕강은 ‘후진타오의 감시인’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리 주임은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신임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사에서 링 전 주임이 통일전선공작부(통전부) 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데 대해 ‘인사에서 물을 먹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링 전 주임은 정치국원 진입은 물론이고 차기 상무위원 물망에까지 오른 인물. 상무위원 승진은 사실상 좌절됐다.

여전히 정치국 진입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예측이 갈린다. 일각에서는 링 전 주임이 후 주석의 최측근이고 중앙서기처 서기직을 여전히 유지한 만큼 정치국 진입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다른 한편에서는 최근 30년간 통전부장이 임기 중에 정치국원이 된 사람이 없었다면서 정치국 진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인사는 올해 3월 링 전 주임의 외아들이 베이징 도심에서 페라리를 몰다 교통사고로 즉사하고 당시 함께 탔던 여성 2명 중 한 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 있다는 설이 나온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중국#리젠슈#링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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