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이란 核의혹 씻을 조치 필요”… 하메네이 “유엔이 평화적 개발 방해”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31일 03시 00분


테헤란 비동맹회의 동상이몽

“이란은 평화적 목적의 핵에너지 개발을 계속할 것이다.”

이란의 최고 실력자 알리 하메네이(73)가 30일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비동맹운동 정상회의 16차 총회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서 한 말이다. 이란이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서 전하고 싶었던 말이다. 이란은 30, 31일 비동맹운동 정상회의에서 이란의 핵 주권을 선언하는 한편 제재를 가하는 서방을 비판했다.

그러나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감시 특별전담팀’을 창설하는 등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 이란, “평화적 목적 핵에너지 개발하겠다”

이란이 이번 회의를 통해 노리는 것은 하메네이의 연설로 요약된다. 핵개발 목적은 핵무기 제조가 아니라 전기 등 오로지 평화적 목적을 위한 것이라고 집중 홍보했다.

이란은 회의장인 테헤란 컨벤션홀 입구에 최근 폭탄 테러로 숨진 이란 핵과학자들의 부서진 차량과 함께 가족들의 사진을 전시했다. 이란 측은 이스라엘과 미국이 이란의 평화적 핵개발을 막기 위해 핵과학자들을 암살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서방은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고 제재를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은 7월 1일부터 이란산 석유에 대해 금수(禁輸)를 결정했다. 이로써 이란은 수출길이 막혀 국내 물가가 급속하게 오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란은 이번 회의에서 평화적 목적의 핵에너지 개발이라는 점을 회원국에 강조해 서방의 경제제재를 뚫으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고 있다.

○ 반기문과 하메네이의 설전


이란이 성공적이라고 꼽는 것은 두 가지. 이집트의 정상과 유엔 사무총장을 초청한 것. 먼저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단교한 이집트의 수반이 참석한 것이 이란으로서는 큰 성과. 이집트는 그동안 친미(親美) 노선을 추구해왔지만 무함마드 무르시 새 대통령이 미국과 원거리 노선을 추구하고 있는 게 이란과 맞아떨어진 것. 이집트는 시리아와 핵심적 이해를 같이하고 있는 이란-이집트-터키-사우디아라비아의 4자회담을 제의했다. 이 노선은 서방을 배제한 것으로 이란으로서는 외교적 승리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반기문 총장의 초청은 예상과는 달랐다. 반 총장은 29일 최고 실력자 하메네이와 만나 “이란의 핵개발 움직임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구체적(concrete)인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하메네이는 “유엔이 미국의 노예상태에 있고 유엔의 기구인 IAEA가 이란의 평화적 핵개발을 방해하고 있다”고 되쏘았다. 반 총장은 또 이란의 인권문제도 거론했다.

○ 이란의 성과와 한계

이란은 이번 회의에서 임기 3년의 의장국으로 데뷔하면서 영향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은 31일 채택되는 정상 성명에 서방의 경제제재를 비난하고 평화적인 목적의 핵개발을 할 수 있는 각국 고유의 권리를 재확인하는 내용을 포함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란 북한 쿠바에 대한 강대국의 일방적 제재를 비난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권한 축소 및 유엔총회의 권한 강화 △팔레스타인의 독립국 창설 지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이란에 제재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IAEA는 이란 핵개발의 새로운 의혹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윤양섭 선임기자 lailai@donga.com
#이란#반기문#하메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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