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값 떨어진 미국 집, 외국인들이 계속 사들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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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에 美재산 40% 손실… 캐나다-中-인도인 등 매입 늘어
전체 26%가 플로리다에 집중

2007년 이후 미국 내 집값이 급락하면서 가구당 평균 재산이 3년 동안 40% 가까이 날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미국 부동산 가격의 하락을 틈타 외국인들이 미국 부동산을 사들이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11일 보고서를 통해 2007년부터 2010년 사이 미국 가구의 평균 재산이 38.8% 날아갔다고 분석했다. 2007년 12만6400달러(약 1억4777억원)에 달했던 미국 가구의 재산 중간값(높은 순서로 줄을 매겨 가장 중간에 있는 값·median)이 2010년 7만7300달러로 줄었다. 이는 1992년 조사 때보다 낮은 것으로 지난 18년간 축적된 부가 3년 만에 모두 증발한 셈이다. 재산 평균값(average)도 58만4600달러에서 49만8800달러로 14.7% 감소했다.

연준 이코노미스트인 제시 브릭커는 “미국인들의 재산 감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주택가격의 급락”이라고 밝혔다. 이 기간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23%나 하락해 감소분의 4분의 3가량은 주택가격 하락에서 비롯됐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계층은 중산층이었으며 소득 상위 10% 재산(중간값 기준)은 하위 20%의 6200달러보다 192배 많은 119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인들이 주택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동안 외국인들의 미국 주택 매입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외국인들은 미국의 주거용 부동산을 구입하는데 총 825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고 전했다. 이는 이 기간 미국 부동산 전체 거래액의 8.9%에 달한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24%나 늘어난 것이다.

미국 집값이 6년째 하락세를 지속한 가운데 통화 가치가 오른 국가의 부유층들은 미국의 주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이 기간 미국 주택을 사들인 외국인의 55%는 캐나다와 중국 멕시코 인도 영국 출신이었으며, 캐나다인이 25%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특히 매입자의 절반은 매년 미국에서 체류하는 기간이 6개월에 못 미치거나 아예 외국에 사는 사람들로 실제 거주보다는 투자 목적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외국인들이 사들인 집의 55%는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텍사스, 애리조나, 뉴욕 등 5개 주에 몰려 있다. 특히 전체 외국인 거래의 26%를 차지한 플로리다는 5년 전 주택시장 거품 붕괴로 극심한 타격을 입은 후 부동산 투자 자금의 유입으로 고급주택 건설 붐이 일면서 지역 경제가 되살아나는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부동산 업체인 리얼로지 코퍼레이션의 리처드 스미스 사장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유럽이나 캐나다, 남미 출신 부자들이 한꺼번에 2, 3채의 주택을 현금으로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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