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40돌 中-日 ‘센카쿠 난타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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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정상회담서 냉기류
원자바오 “中 권익 존중을”… 노다 “영유권 침해” 맞받아
中, 후진타오-노다 회담 취소

중국과 일본 간 정상회담에서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갈등이 불거지면서 올해로 수교 40주년을 맞은 양국 관계에 냉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1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센카쿠 문제로 날카롭게 대립했다. 포문은 원 총리가 먼저 열었다. 그는 “(일본이) 중국의 핵심적 이익과 중대한 관심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가 지난달 도 예산으로 센카쿠를 사들이겠다고 발언하고, 2월에는 가와무라 다카시(河村隆之) 나고야(名古屋) 시장이 난징(南京) 대학살을 부정한 것에 대한 강한 불만이었다.

원 총리는 중국으로부터 위구르 자치구의 분리 독립을 추구하는 재외 위구르 조직인 ‘세계위구르회의(WUC)’ 대표대회가 14일부터 도쿄에서 열리고, 일본 정부가 WUC의 레비야 카디르 의장에게 비자를 발급한 것에도 불만을 표시했다.

일격을 당한 노다 총리는 센카쿠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강조한 뒤 “센카쿠를 포함한 해양에서 중국의 활동이 늘어나 일본 국민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노다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 중국의 인권 문제도 거론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인권변호사 천광청(陳光誠) 문제를 언급하며 “국제적인 기본 가치 또는 보편적 가치의 이해와 추구를 위해 일중 인권대화 등을 활용하자”고 말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중국은 일본의 요청으로 14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 노다 총리의 양자회담에 응하지 않았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후 주석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는 양자회담을 열었다.

일본 언론은 “이건 이시하라 쇼크다”라고 한탄했다는 외무성 고위 간부의 말을 전하며 양국 관계 전망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동안 양국 정부는 2010년 센카쿠 열도 해역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순시선 충돌 사건으로 소원해진 외교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왔지만 이시하라 지사의 발언으로 단번에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후 주석 정권이 정권교체를 이룰 올가을 공산당 대회를 앞두고 내부 불만을 완화할 필요가 있어 앞으로도 영토문제에서 강경 자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사히신문은 “이시하라 지사의 센카쿠 매입 발언 등으로 중국 내에서 일본에 대한 강경파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중국 지도부가) 소비세 문제 등으로 국내 정치에서 흔들리는 노다 정권에 강하게 나가는 편이 정치적 리스크가 적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일본 외교가에서는 일본이 한국과도 군위안부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어 동아시아 외교 무대에서 ‘왕따’를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중-일#센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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