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농토 매입땐 농민 배려를”… 유엔, 선진국 대상 가이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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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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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구속력 없어 실효성 논란

선진국과 다국적 대기업의 ‘토지 수탈’로부터 개발도상국의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유엔이 국제적 가이드라인을 채택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11일 선진국 자본이 아프리카 등 개도국 농지와 산림을 반강제로 매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40쪽 분량의 가이드라인을 채택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FAO가 각국 정부 및 민간부문과 함께 2009년 논의를 시작한 후 3년 만에 내놓은 성과물이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식량위기가 찾아온 후 선진국 자본에 의한 개도국 토지 매입이 급격히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2000∼2010년 세계에서 매매나 임차된 토지 약 200만 km²(영국 대륙의 8배 크기) 중 대부분이 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에서 반강제적으로 수탈된 토지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토지 수탈이 개도국의 가난한 농민을 농지에서 내쫓고 개도국 내 식량가격을 상승시켜 기아를 유발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FAO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각국 정부에 조상으로부터 대대로 내려온 지역 토착민의 토지, 어장(바다), 숲에 대한 이용권을 인정·보호해 줄 것을 권고했다. 또 토지 매매시에는 공정한 가치평가가 이뤄지도록 하고 농부들에 대한 신속한 보상을 보장하게 했다. 토지 관련 기록도 투명하게 유지하고 여성에게도 남성과 동등한 토지 소유권을 보장하도록 했다. 민간 기업에도 인권과 지역민의 권리를 보호할 책임을 부여해 매매 계약을 할 때 지역사회와 의논할 것을 권고했다.

FAO의 조제 그라지아누 사무총장은 “지구적 차원에서 토지 소유에 대한 최초의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은 역사적 성과”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가이드라인 채택은 출발점이지 도착점이 아니다”라며 “가이드라인 시행이 FAO의 우선사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토지연대도 성명을 통해 “(가이드라인은) 다국적기업을 비롯한 비정부 행위자에게도 인권 보호에 대한 명확한 책임을 부여했다”며 “사람 중심적인 토지 관리로 나아가는 놀랄 만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실행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회원국에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유엔#선진국 가이드라인#개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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