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제로… 日 ‘지옥의 여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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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電노후로 대체전력 비상
다양한 절전대책 실낱 기대

원자력발전 없는 새 시대가 열릴 것인가, 아니면 기울어가는 일본 경제를 강타하는 결정타가 될 것인가.

5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도마리(泊)원전 3호기의 운전정지로 일본의 원전이 모두 멈췄다. 원전 도입 국가 가운데 사고 발생 1년여 만에 모든 원전을 가동 중단한 것은 일본이 처음이다. 일본은 전체 전력생산량의 30%를 차지해온 원전을 대체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 지금까지는 지역별 전력회사들이 천연가스나 석유를 활용한 화력발전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체해왔지만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 피크전력 시간대(오후 1∼4시)에 필요한 전력량을 고려하면 10% 이상 부족하다. 특히 원전 의존율이 50%를 넘는 간사이 지역은 여름철 전력 부족이 1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구원투수 역할을 맡고 있는 화력발전 시설은 낡았다. 석유 화력발전의 경우 1973년 전력생산 비중이 73.2%였지만 2010년 현재 8.3%로 줄었다. 지난해 동일본대지진 이후 풀가동되고 있는 천연가스나 석탄 화력발전 역시 지은 지 40년이 넘는 시설이 대부분이다. 화력발전이 1기라도 정지하면 대규모 정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1년간 일본의 화력발전은 능력 이상으로 과도한 운전을 해왔기 때문에 위험성이 더 높아졌다.

결국 기댈 것은 전력수요를 줄이는 수밖에 없지만 이미 쥐어짤 만큼 짰기 때문에 더는 절전 여력이 없다. 지난해 이미 일본의 제조업체, 슈퍼, 대형 빌딩 등 상업시설은 전년 대비 전력사용량을 14% 이상 줄였다.

일본 전력업계는 일반 가정의 절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가정 부문의 지난해 절전량은 전년 대비 6%에 그쳐 절전의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전력난이 예상되는 오사카는 절전 가정만이 참여할 수 있는 ‘절전 도전 복권’까지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력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신형 전기 계량기를 집집마다 달아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7월부터는 오후 1∼4시에 직원들을 강제로 쉬게 하는 ‘시에스타(낮잠) 휴가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매달리고 있다. 가나가와 현 오다가와 시는 지난해 말부터 일반주택과 공공시설의 옥상에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해주고 있다. 후쿠시마 현은 해안가에 풍력발전소를, 온천지역에 지열발전소를 준비 중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일본#원자력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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