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역 학자금 시위… 대선 이슈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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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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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1조달러 돌파하던 날 학생들 “부채 탕감 해달라”
오바마 ‘이자인하법’ 압박속 롬니 “대졸실업 오바마 책임”

25일 미국 뉴욕 맨해튼 유니언스퀘어 파크. 목에 숫자가 적힌 네모난 플래카드를 목에 건 대학생 수백 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목에 건 숫자는 다름 아닌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금액이었다. 시위 현장 곳곳에서 ‘빚 없는 학위를 원해’ ‘미국 교육에 기대 말라’는 피켓이 눈에 띄었다.

이날은 미국 대학생 학자금 대출 총 잔액이 1조 달러(약 1140조 원)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되는 날. 뉴욕뿐 아니라 미 전역에서 살인적인 학자금 대출 부담을 비난하는 대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학부와 치과대학원 진학으로 총 18만6000달러(약 2억1000만 원)의 빚을 지게 되었다는 하디 나사르 씨(31)는 지역 보건소에서 겨우 일자리를 잡게 되었지만 고민 중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보건소 치과의사로는 빚을 갚을 만큼 충분한 월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 위스콘신대 박사과정 재학생이면서 이번 시위를 기획한 케이티 자만 씨(35)는 “3년 후 박사 학위를 받고 나면 11만1000달러의 대출을 갚아 나가야 한다”며 “정부는 위험한 투자로 막대한 손실을 입은 대형 은행은 구제 해주면서 왜 대학생들의 부채는 탕감해 주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대학 학자금 대출 증가율은 물가상승률을 초과하며 증가속도도 민간 대출보다 훨씬 가파르다고 미 언론은 전한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7월 1일부터 저금리(3%대) 대출이자 시대가 끝나면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저금리 학자금 대출 연장 문제는 이번 대선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대학들을 순회하며 대출을 연장하라고 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만약 의회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학자금 대출을 받은 740만 명의 학생들은 7월 1일부터 지금(3%대)의 두 배인 6.8%의 이자를 내야 한다. 현재 공화당은 재정 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점에서 대출 연장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밋 롬니는 연장안에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면서도 “미 대학 졸업생의 절반이 백수다. 오바마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등 어정쩡한 태도다.

미국 대학 등록금 인상 곡선은 닷컴 버블이 붕괴된 직후인 2002년과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맞은 2008년 이후에 더 가파른 상승세를 그었다. 주립 시립대 등 공립대학의 경우 2002년 학생 1인당 8348달러의 예산 지원을 받았으나 2006년에는 1270달러가 삭감되는 등 정부 재정 악화로 예산감축이 된 게 결정적 원인이라고 워싱턴 비영리기관인 ‘델타 코스트 프로젝트’가 보고서에서 밝혔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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