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사업가 살해 혐의 보시라이 부인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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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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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정치국원 자격정지

보시라이(薄熙來·63) 전 충칭(重慶) 시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52) 씨가 지난해 11월 숨진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 씨 살해 혐의로 체포됐다고 신화통신이 10일 보도했다.

보 전 서기 자신도 10일 공산당 중앙위원회(당중앙)로부터 ‘심각한 기율 위반’을 이유로 정치국원과 중앙위원 자격이 정지됐으며, 당직 및 공직이 박탈되고, 더 나아가 형사처벌을 받을 개연성도 큰 상황이다. 2월 초까지만 해도 중국 차세대 지도자로 올가을 정치국 상무위원 유력 후보였으며 극좌파 노선을 선도했던 보 전 서기의 추락이 바닥을 모른 채 계속되는 양상이다.

○ 영국인 사업가는 타살됐다

중국 공안은 이날 “조사 결과 헤이우드 씨는 타살됐다는 증거가 있다. 구 씨는 중대 혐의자다. 고의살인 중대 혐의로 사법기관에 이송됐다”고 발표했다. 공안은 또 “구 씨와 그의 아들은 헤이우드 씨와 사이가 좋았다가 경제 문제로 갈등이 격해진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외아들 보과과(薄瓜瓜·25) 씨도 곧 조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보 전 서기와 구 씨는 현재 허베이(河北) 성의 휴양지 베이다이허(北戴河)에 연금돼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중 사이트 보쉰닷컴은 보 전 서기가 살해 명령을 내렸다면서 구 씨는 4명을 더 살해한 혐의가 있고 80억 위안(약 1조4000억 원)을 해외로 빼돌렸다고 주장했다.

중앙기율위의 이날 발표는 2월 초 보 전 서기의 최측근인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 시 부시장이 미국 총영사관으로 피신해 들어가 망명을 기도한 이유를 짐작하게 한다. 왕 전 부시장은 공안국장 시절 헤이우드 씨 사망 사건에 보 전 서기의 부인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포착해 보 전 서기에게 보고한 후 미움을 받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헤이우드 씨는 당초 ‘음주 과다’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돼 부검도 하지 않은 채 화장됐다. 하지만 왕 전 부시장 망명 파동이 터진 이후 독살 등 타살 의혹이 제기돼 공안 당국이 조사한 결과 타살로 드러난 것이다. 미국 반중국 사이트는 헤이우드 씨와 구 씨가 내연 관계였을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 초긴장 상태 중국 지도부

신화통신이 10일 오후 11시 공식 발표하기에 앞서 당국은 전국의 현(縣)급 이상 간부들에게 사건의 내용을 설명한 문건을 배포한 뒤 즉시 회수했다. 중요 문건을 배포한 후 즉시 회수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홍콩 밍(明)보는 전했다.

또 당중앙은 10일 베이징(北京)의 각 언론사 편집국장과 인터넷 매체의 편집 책임자들을 소집해 소문을 보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베이징의 각 구와 시 직할 기관은 10일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이번 사건과 관련한 당중앙의 결정을 따르고 보호하겠다는 일종의 ‘충성 맹세’를 했다. 정치적 파문을 차단하면서 집권 막바지의 흔들리는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 전 서기는 중국 권력의 핵심 파벌 중 하나인 태자당(太子黨·혁명원로의 자제)의 대표 주자였던 만큼 그의 몰락은 올가을 권력 교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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