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군사력 10년뒤엔 3부리그로… 전쟁할 힘도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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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클랜드 전쟁 발발 30년 긴장고조 속 착잡한 영국

1982년 4월 2일 아르헨티나에서 약 500km 떨어진 남대서양의 영국령 포클랜드 섬. 아르헨티나는 서구 제국주의가 맹위를 떨치던 1833년 영국에 빼앗겼던 이 섬을 약 2000명의 병력을 동원해 기습 점령했다.

하지만 영국 정치권에서는 반전론이 우세했다. 집권 보수당 내에서도 국내적으로 노동자 파업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전쟁까지 하기는 무리라는 반대도 만만찮았다. 하지만 마거릿 대처 총리는 약 1만5000명의 군대를 파견해 74일 만에 항복을 받아냈다. 불법파업에 대한 단호한 대처와 함께 ‘철의 여인’의 결단이 다시 한 번 빛났다. 그리고 영국은 ‘위대한 대영제국’의 깃발을 다시금 휘날렸다.

그로부터 30년, 포클랜드 섬 점유권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영국에는 철의 여인도, 과거와 같은 대영제국의 위용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본보 3월 24일자 A13면 英-아르헨 이번엔 ‘포클랜드 석유’ 으르렁

○ 경제난에 왜소해진 영국 해군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1일 발표한 포클랜드 보고서에서 “오늘날 영국 해군의 함정은 30년 전보다 훨씬 정교하지만 영국군은 약해졌다”며 “대처 총리 시절 대규모 파병으로 포클랜드를 방어했던 방식으로 영국 영토를 지킬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국방 예산의 지속적인 감축으로 해군 함대가 1982년 50여 개에서 오늘날 20여 개로 줄었다”며 “현재 두 척을 건조 중이지만 항공모함이 없고 그나마 향후 10년간 운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영국 국방비는 1982년 국내총생산(GDP)의 6%에서 2011년 2.7%로 줄었고 긴축 재정으로 더 축소된다. RUSI 소속 마이클 클라크 교수는 “미국이 1부 리그의 유일한 군사강국이라면 영국은 2부 리그의 5개국 중 상위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10년간 2부 리그의 바닥으로 간 뒤 3부 리그로 추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아르헨티나가 다시 포클랜드를 침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아르헨티나군 역시 경제난으로 1982년 사용했던 구식 미라주 전투기를 바꾸지 못하는 등 군사력이 약해졌다는 것. 보고서는 “두 나라 군대의 기술력 차이는 80∼100년 되고 영국의 포클랜드 방어전선은 그때보다 훨씬 견고하다”고 밝혔다. 1982년에는 군인 70명이 전부였지만 지금은 1300명이 주둔하고 4대의 유로파이터 전투기와 첨단 레이더망이 빈틈없는 감시활동을 벌인다는 것이다.

○ 다시 높아지는 갈등

30년 전 아르헨티나군이 발을 디딘 스탠리 항 외곽의 벌판에는 녹슨 총이 뒹굴고 헬기 잔해가 널려 있다. 주민 약 3000명은 아르헨티나군이 매설한 지뢰의 위험 속에서 여전히 긴장하며 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전쟁 발발 30년을 맞아 1일 스탠리에서는 아르헨티나군 침공 직전 결성된 포클랜드 방위군의 기념행진이 있었다. 같은 날 아르헨티나 최남단 우수아이아의 충혼탑 앞에서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철야 집회 및 기도회가 열렸다.

최근 헬기 조종사로 복무 중인 윌리엄 왕세손은 6주간 포클랜드에서 훈련을 받았다. 또 섬 주변에 83억∼600억 배럴의 원유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영국 록호퍼 석유회사가 섬 북부 유전에서 2016년부터 석유를 생산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나서면서 긴장이 몰려오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내륙과 포클랜드 섬 사이를 지나가는 선박은 허가를 얻어야 한다며 사실상 선박의 섬 접근을 막는 해상봉쇄를 단행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영국은 이에 맞서 핵잠수함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영국#군사력#포클랜드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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