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다 총리의 ‘소비세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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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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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까지 10%로 증세 당내 반발 딛고 국회 제출… 법안 통과까진 ‘산 너머 산’

일본 정부가 현행 5%인 소비세율(부가가치세율)을 2015년까지 단계적으로 10%까지 올리는 내용의 증세법안을 30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연립정권에 참여한 국민신당 내에서도 반발이 적지 않아 법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날 각료회의에서 결정된 ‘소비증세관련법안’은 명칭과 달리 소득세와 상속세 등 전반적인 증세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에 따르면 소비세율은 2014년 4월에 8%로, 2015년 10월에 10%로 인상된다. 소비세율이 10%가 되면 세수는 13조5000억 엔(약 186조 원)이 늘어나게 된다. 정부는 증가액을 연금과 의료, 노인개호(간병), 육아 등 사회보장경비에만 쓰기로 했다.

소비세는 물건을 살 때 모든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이어서 세수 효과가 크다. 하지만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적용돼 세 부담의 형평성에는 문제가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현행 40%에서 45%로 늘리고, 상속세의 기본공제를 줄여 부유층의 세금 부담을 늘리기로 했다. 또 소비세율 인상의 전제 조건으로 경제상황의 호전을 명기하고 경기가 좋지 않으면 증세를 즉시 중지할 수 있는 조항도 법안에 포함했다.

소비증세관련법안이 민주당 내 심의를 거쳐 각료회의를 통과한 것은 기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민주당 내 최고 파벌인 ‘오자와 그룹’이 “2009년 총선에서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장기 경제침체와 고용불안 상황에서 증세는 자살골이나 다름없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법안은 민주당 내에서 8차례에 걸쳐 총 46시간이 넘는 심의과정을 거쳤고 4번이나 수정됐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사진)는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에 이르는 재정건전성 악화를 막기 위해서 증세가 불가피하다며 법안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이 “노다 총리가 나보다 더 힘이 세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나 증세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둘이 아니다. 오자와 그룹의 반발이 여전한 가운데 관료와 당직을 맡고 있는 일부 오자와파 의원은 직위 사퇴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국민신당 가메이 시즈카 대표도 이날 연립정권 탈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국민신당 소속 의원 8명 중 6명은 잔류를 희망하고 있어 국민신당은 붕괴되기 직전이다.

야당인 자민당과 공명당도 증세 법안에 부정적이다. 이 때문에 법안이 민주당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의원을 통과해도 여소야대인 참의원의 벽을 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자민당 내 소비세 인상을 지지하는 의원을 중심으로 여야 정계개편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소비세#노다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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