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내달 서해서 최대규모 연합훈련… 동북아 패권 무력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31일 03시 00분


■ 러 통신 “22~29일 실시”

중국과 러시아가 4, 5월 서해에서 대규모 연합 해군 군사훈련을 실시한다. 미국이 태평양 회귀 전략을 밝힌 이후 활발해지고 있는 한국, 일본 등과의 군사훈련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국방부의 양위쥔(楊宇軍)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중-러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발전시키고 (이 지역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연합훈련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은 연합군사훈련이 다음 달 22일부터 29일까지 실시된다고 밝혔다.

이번 훈련에는 양국의 작전용 주력 함정이 대거 동원되는 등 2005년 이후 정례화된 중-러 연합훈련 가운데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태평양함대 소속의 ‘바랴크’급 대형 대잠함을 기함으로 미사일 순양함과 구축함, 호위함, 보조함 등 10여 척을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 측의 참여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북해함대 소속의 미사일구축함 및 호위함 등 함정 10여 척과 잠수함, 공중 전력 등이 동원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최근 다롄(大連)에 있는 북해함대 항공병단의 폭격기를 신형으로 교체하는 등 항공전력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양측의 참가 병력은 2005년 훈련에 1만 명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그 이상일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둥팡(東方)조보는 “러시아가 10척 이상의 함정을 동원하는 것은 중-러 연합훈련사상 최대 규모”라며 “중국도 서태평양에서 실시하는 외국과의 훈련에서 이처럼 대규모 물량을 투입한 적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또 이 신문은 “러시아 측은 이번 연합훈련이 양국 간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일 뿐 제3국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했지만 미국과 일본 등의 경계심을 불러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함정들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동해와 대한해협을 지나 산둥 반도 앞에서 중국 해군과 작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반(反)잠수함, 방공훈련 등과 함께 국부적인 제공권 탈취 작전 등도 실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중-러 함정들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집결한 뒤 서해로 진입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이번 훈련은 한미 연합 독수리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실시된다는 점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동북아 해상 패권을 놓고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서해가 각국 해상전력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이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훈련이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전략이 이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이익을 위협함에 따라 무력시위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편 양 대변인은 중국이 추진 중인 해군력 강화와 관련해 “항공모함 등 신형 장비들이 계획에 따라 연구개발과 훈련을 통해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중국#러시아#군사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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