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미계 로펌들 “한국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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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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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3위 英 ‘클리퍼드 챈스’ 법무부에 첫 자격승인 신청

영국 최대 로펌이자 세계 3위 로펌인 ‘클리퍼드 챈스’가 한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법무부에 외국법자문사 자격승인을 해 달라는 예비신청을 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 신청은 한국 법률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계 로펌 가운데 정부에 승인을 신청한 첫 사례로 현재 법무부가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국적 로펌의 한국 진출 움직임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지난해 7월 발효되고 한미 FTA 발효도 임박함에 따라 가시화되고 있다.

○ 다국적 로펌, “가자! 한국으로.”


외국 로펌은 정부로부터 외국법자문사 자격승인을 받은 후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 설립인가를 받아야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다. 클리퍼드 챈스는 앞으로 2∼4개월에 걸친 예비심사 기간에 외국법자문사 자격요건을 충족하는지와 신청서류를 심사받아야 한다. 심사를 통과하면 1개월 정도 걸리는 정식심사를 받아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현재 클리퍼드 챈스 외에도 영국과 미국계 로펌 10여 곳이 한국 진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다국적 로펌 ‘맥더모트 윌 앤드 에머리’는 15일 “서울에 사무소를 개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과 미국계 대형 로펌들의 한국 진출 소식이 알려지자 국내 로펌들은 “이제 토종과 외국 로펌 간에 본격적인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다국적 로펌들이 2000∼3000명의 대규모 변호인단과 세계 주요 거점도시에 지점을 갖고 있는 강점을 활용해 밀고 들어오면 연간 2조 원대인 국내 법률시장도 잠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1위인 김앤장법률사무소 등 국내 대형 로펌들도 현재 400∼500명 선인 소속 변호사 수를 더 늘리고 있다. 외국 로펌이 강점을 가진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법률자문과 기업 인수합병(M&A)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머리를 싸매고 있다.

○ FTA 발효 후 5년 지나면 전면 개방


국내 법률시장은 FTA를 체결한 국가에 한해 개방된다. 현재까지 한국과 FTA를 맺은 나라는 EU와 미국, 칠레, 싱가포르, 아세안, 인도,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등 7곳이다. 이 가운데 칠레와 싱가포르는 법률시장 개방 내용이 FTA에 포함돼 있지 않다.

인도와 EFTA는 1단계 개방만 하기로 협약을 맺었지만 아직 국내에 들어온 로펌이 없다. 아세안도 2단계 개방이 협정에 있지만 국내에 진출한 사례가 없다. 따라서 국내 법률시장 진출은 EU와 미국계 다국적 대형 로펌들이 주 대상이 된다.

국내 법률시장 개방은 지난해 3월 국회를 통과한 ‘외국법자문사법’에 따라 FTA가 발효돼도 3단계에 걸쳐 개방하도록 돼 있다. FTA 발효 이후 2년간 진행되는 1단계 개방이 되면 외국 로펌이 국내에 진출할 수 있지만 업무는 외국법 자문에 국한된다.

1단계 이후 3년간 지속되는 2단계 개방이 되면 외국 로펌은 국내법과 외국법이 혼재된 제한된 영역에서 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 1, 2 단계 개방 모두 외국 로펌이 국내 변호사를 고용할 수 없어 국내 송무를 대리할 수 없다. 협정 발효 후 만 5년이 지난 시점부터 개시되는 3단계는 외국 로펌이 국내 변호사를 고용해 국내 송무 등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전면 개방으로 이어진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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