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주의가 자랑스럽다” 美 보수연합 총회 ‘CPAC’ 젊은층 열기 후끈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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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최대 2만6000명 집결… 美 보수연합 총회 ‘CPAC’ 현장 가보니

“오바마는 나라를 망치고 있다. 보수를 위한, 보수에 의한, 보수의 미국을 건설하자.”

11일 미국보수연합(ACU)의 연례총회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폐막연설에서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이렇게 외치자 참석자들은 “더 이상 4년은 안 된다”고 합창하며 올해 대선에서 공화당의 승리를 위한 결의를 다졌다.

9∼11일 워싱턴 메리엇워드먼 호텔에서 열린 CPAC 39차 총회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2만6000여 명의 보수주의자가 미국 전역에서 집결했다. ‘보수의 부흥’이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올해 총회에는 40%가 대학생 참가자였을 정도로 특히 젊은층의 열기가 뜨거웠다. 자신을 ‘젊은 보수주의자(Young Republican)’이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이들은 미국이 다시 1등 국가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가족, 자유경쟁, 정부간섭 최소화 같은 보수적 가치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보수의 상징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의 포스터가 내걸린 행사장에서는 ‘하버드대 법대 출신 대통령(오바마)의 헌법 무시하기’ 같은 도발적 제목의 콘퍼런스들이 여러 곳에서 열리고 보수 인사들이 직접 미국 초기 대통령들로 분장하고 나와 보수의 이념을 설파하는 등 흥미로운 행사들로 채워졌다.

치열한 경선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공화당 후보들은 10일 2시간 간격으로 연단에 등장했다. 선두주자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26분 연설 동안 ‘보수’라는 단어를 30회나 언급하며 자신을 ‘맹렬한 보수주의자(severely conservative)’라고 말해 관객들로부터 웃음을 샀다. 상승세를 보이는 릭 샌토럼 전 펜실베이니아 주 상원의원은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연단에 올라 “보수성이 약한 롬니 후보가 승리하면 ‘공허한 승리’가 될 것”이라며 “가족, 종교 등 보수의 가치로 무장한 후보가 승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UPS 등 미국 운송업체들은 수백만 건의 소포 위치를 실시간 추적하는데 정부는 불법 이민자 수백만 명의 위치를 추적하지 못한다”며 오바마의 이민정책을 비판했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 등 공화당 경선에서 중도 포기한 후보들도 모두 참석해 올해 대선 승리를 위해 힘을 모으자고 역설했다. 미니스커트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미모의 여성 보수 논객 앤 쿨터는 반(反)월가 시위대의 ‘우리는 99%’ 슬로건에 빗대 “미국의 1%가 여기 다 모였다”며 “진보는 반짝 사람들의 마음에 호소해 빛을 발할지는 모르지만 보수의 이념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머리에 남아 미국을 지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 10여 명의 반(反)월가 시위대가 행사장에 등장해 침묵시위를 벌였지만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자 10여 분 만에 자진 해산했다.

행사장 복도를 가득 메운 참석자들은 각자 지지하는 공화당 경선 후보는 달랐지만 누가 최종 후보로 결정되든 보수의 기치 아래 그를 지지하겠다며 결속감을 과시했다. 뉴욕주립대에 다니는 케빈 맥첨스키 씨(23)는 “롬니를 지지하지만 샌토럼이 후보로 결정돼도 그를 지지할 것”이라며 “샌토럼이 롬니의 부통령 후보가 된다면 환상의 콤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회 기간 동안 진행된 스트로폴(비공식 경선)에서는 롬니가 38%로 샌토럼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롬니는 11일 열린 메인 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도 론 폴(36%), 샌토럼(18%), 깅리치(6%)를 누르고 승리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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