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미국인 19명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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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후드 교통장관 아들 포함
美 원조 중단 경고에도 강행… 양국 ‘33년 동맹’ 파국 위기

이집트 검찰이 이집트 내에서 민주화운동을 지원하던 미국인 19명을 포함해 43명의 외국인을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 등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민주혁명 이후 위태로운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과 이집트 군부 간 정면 대립이 예상되고 있다.

이집트 검찰은 5일 정부 허가 없이 국제기구 지사를 설립하고 외국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았다며 레이 러후드 미 교통장관의 아들 샘 러후드 씨 등 19명의 미국인과 세르비아인 5명, 독일인 2명, 아랍인 3명 등 외국인 43명을 카이로 형사법원에 기소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러후드 씨를 포함한 기소 대상 상당수는 이집트 내 비정부기구(NGO) 직원이다. 이들은 출국 금지되어 있으며 3명의 미국인은 카이로 주재 미국대사관에 피신해 있다.

앞서 지난달 말 이집트 검찰은 외국의 내정간섭을 조사하겠다는 명목으로 국내에 주재하는 NGO 10개 단체 17곳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미국인 6명 등 외국 NGO 관계자 10명에게 출국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 같은 조치는 미국이 이집트 군부의 더딘 민주화 조치를 비난하며 원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따라 나온 것. 뉴욕타임스는 6일 “이번 일로 미국-이집트 관계가 틀어지면 미국을 매개로 유지돼 온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우호관계도 변화가 불가피해 중동 질서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4일 “민주화에 역행하는 이번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원조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집트는 기소를 강행했다.

미 의회에서는 이집트의 NGO 활동 방해를 이유로 1979년부터 30여 년간 이어온 연간 평균 20억 달러(약 2조2440억 원)에 달하는 이집트 원조를 삭감해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올해 이집트에 군사 원조로 13억 달러(약 1조4586억 원), 경제 원조로 2억5000만 달러를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은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평화협정을 맺은 1979년부터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 시절까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지만 지난해 무바라크 정권 붕괴 이후 집권 전면에 나선 군부가 민주화운동을 탄압한다며 비난해 왔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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