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금융제재 제발 풀어주세요” 어느 밴드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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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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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사이트서 모은 기부금 송금 안돼 앨범 무산위기

월스트리트저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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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얀마 양곤에 있는 3인조 펑크록밴드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사진)’입니다. 양장점 직원과 라디오 엔지니어, 판매원인 우리는 곡을 만들고 녹음도 마쳤습니다. 하지만 데뷔 앨범을 내려면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11월 21일, 영화나 음악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미국 기부모금 사이트 ‘인디고고’에 올라온 글이다. 이후 미얀마의 무명 록밴드를 돕기 위한 손길이 이어져 약 한 달 만에 인디고고를 통해 2840달러가 모였다. 기부자들은 사이드 이펙트의 노래를 7달러에 내려받거나 사인 엽서를 25달러에 구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도왔다.

성공적인 모금으로 이달 초쯤 데뷔 앨범을 낼 수 있다는 희망에 들떠 있던 사이드 이펙트 멤버들에게 지난달 13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미얀마에 대한 미국의 금융 제재가 풀리지 않아 인디고고가 모은 돈을 송금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모인 기부금은 기부자들에게 다시 돌려줬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미얀마 지역 언론들은 3일 “미얀마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제재로 한 작은 언더그라운드 밴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이드 이펙트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했다.

미얀마는 군사 정권 아래서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 등의 인권 탄압 때문에 서방 세계의 제재를 받아왔다. 지난해 3월 출범한 민간정부가 정치범을 석방하자 유럽연합(EU)은 미얀마 고위 관료들의 비자 발급 금지 조치를 해제했고, 미국도 대사급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하지만 금융 제재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다.

사이드 이펙트는 미국의 금융제재가 풀려 다시 기부금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앨범 제작을 미뤄야 할지, 아니면 특정 레코드사와 계약을 해 어떻게든 앨범을 내야 할지 고민에 빠져 있다. 멤버인 다르코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원래 우리 꿈은 소속사에 들어가지 않고 자체 제작 앨범을 내는 것이었어요. 이미 앨범 제목도 정했는걸요. ‘비오는 밤의 꿈(Rainy Night Dream)’요.”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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