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월 31일 은행 ‘로열뱅크 오브 스코틀랜드(RBS)’ 전 최고경영자인 프레드 굿윈(사진)의 기사(knighthood) 작위를 박탈했다. 2008년 말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데 당시 굿윈이 최고경영자로 있던 RBS의 부실 경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이유다.
영국 왕실은 해마다 사회에 공로가 큰 인물 한두 명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한다. 굿윈은 아이러니하게도 런던 금융사업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2004년 기사 작위를 받았다.
영국에서 부실 경영의 책임을 물어 기사 작위를 박탈하는 건 처음이다. 영국 국무조정실 대변인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최고경영자로서의 결정이 중대한 손실을 가져왔기에 예외적 결정을 내렸다”며 “RBS 실패가 금융위기를 초래했다고 판단한 당국의 작위 박탈 건의를 여왕이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7년 RBS는 네덜란드 투자은행 ABN 암로를 인수하면서 재정상태가 악화됐고 2008년 240억1000만 파운드(약 44조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영국 정부는 RBS에 450억 파운드(약 81조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대량실업 등이 맞물려 폭넓은 경제위기가 왔다고 BBC는 전했다.
그러나 기사 박탈에 부정적 의견도 있다. 앨리스터 달링 전 영국 재무장관은 일간지 더 타임스 기고에서 “작위 박탈이 옳다면 다른 기사 중 RBS처럼 문제를 일으킨 금융회사와 연계된 사람은 어떻게 할 건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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