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취직시켜 주면 내 콩팥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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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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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17개국 실업률 10.4%… 1999년 유로화 출범후 최고치伊주부 눈물겨운 호소… 경제난에 1650만명 실직EU, 820억 유로 고용대책 발표했지만 효과 미지수

“내 아들에게 직장을 준다면 신장(腎臟)이라도 내놓겠다.”

1월 31일 이탈리아 일간지 라나치오네지는 자식의 취직을 소원하는 한 엄마의 눈물겨운 사연을 게재했다. 이탈리아 중부 움브리아 출신의 안젤라(가명) 씨는 인터뷰에서 “더는 잃을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다. 신장은 한 개만 있어도 살 수 있으니 서른여덟인 내 아들이 직장을 얻어 웃음을 찾을 수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신장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직장에서 해고된 뒤 적은 자본으로 개인 사업을 시작했지만 경기 침체로 영업 부진에 시달린 끝에 작년 8월 파산해 실의에 빠져 있다”며 “남편과 함께 연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보니 저축해둔 돈도 모두 떨어져 아들을 도울 방법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신문은 안젤라 씨의 기막힌 제안은 실정법 위반 소지가 있고 도덕적으로도 논란을 일으킬 수 있지만 심각한 실업률과 경기 침체로 좌절하고 있는 저소득층의 실상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탈리아의 지난해 12월 실업률은 8.9%로 2004년 1월 이후 최고를 나타냈다. 특히 15∼24세 젊은층의 실업률은 31.0%를 기록했다.

그나마 이탈리아의 실업률은 다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이다.

1월 31일 유럽연합(EU) 통계청인 유로스타트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유로존 17개국의 실업자는 1650만 명으로 실업률은 10.4%였다.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EU 27개 회원국의 실업률도 9.9%에 실업자는 2380만 명에 달했다.

실업률을 나라별로 보면 스페인이 22.9%로 가장 높고 그리스(19.2%), 리투아니아(15.3%) 등의 순이었다. 스페인은 2011년도 4분기 성장률이 0.3% 하락했는데 새해 1분기부터 본격적인 경기 후퇴로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오스트리아(4.1%), 네덜란드(4.9%), 룩셈부르크(5.2%), 독일(5.5%) 등은 실업률이 낮아 ‘남고북저(南高北低)’ 현상을 보였다. 독일은 1991년 동서독 통일 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실업자가 가장 많이 증가한 그리스를 비롯해 대다수 남유럽 국가는 강력한 재정긴축 정책으로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져 실업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씨티그룹의 기욤 므뉘에 이코노미스트는 “기업은 투자 계획을 연기하고, 이윤을 늘리기 위해 고용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결국 감원만이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에 2012년 실업자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U는 실업자 문제가 심각해지자 1월 30일 벨기에 특별정상회담에서 고용과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820억 유로(약 120조 원)를 투입하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재정위기로 극도의 긴축 정책이 불가피해 고용 증대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날지 미지수라는 견해가 많다. 그리스의 게오르기오스 쿠트루마니스 노동장관은 “EU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요구하는 긴축 등으로 올해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1.5% 정도 낮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실업#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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