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백색혁명’의 동상이몽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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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푸틴 깃발 뭉친 시위대 진보-극우진영 섞여 고민

20세기 초 사회주의 적색혁명을 이뤘던 러시아에서 21세기 초 ‘백색혁명’의 물결이 일고 있다.

29일 모스크바 중심부는 흰색 리본과 풍선을 매단 승용차 3000여 대(주최 측 주장)가 한꺼번에 몰려 나와 3시간 넘게 행진하는 바람에 극심한 정체를 빚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3월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집권하는 것에 반대하는 대규모 자동차 시위가 열린 것. 차량들이 경적을 울리며 거리를 누비는 동안 시민들은 거리에 나와 흰 손수건을 흔들었다.

흰색은 푸틴 총리의 장기 집권에 반대하는 러시아 시민운동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 조지아 장미혁명, 키르기스스탄 튤립혁명과 같은 옛 소련 국가들의 색깔 혁명에 이어 러시아에선 백색혁명이 시작된 것.

지난해 12월 총선 부정선거에 대한 항의로 대규모 시위가 발발한 뒤 시민운동가들은 깨끗함과 순결함의 상징인 흰색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대규모 반(反)푸틴 시위가 예정된 다음 달 4일에도 모스크바엔 흰색 물결이 넘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위대의 구성을 따져 보면 정작 순결함의 상징으로 내세운 흰색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참가자들도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가 29일 분석했다. 시위대에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 ‘세계화’를 주장하는 자유주의적 진보주의자들도 있지만 ‘슬라브인의 러시아’ ‘외국인 추방’을 요구하는 극단적 민족주의 성향을 띤 극우파도 있다. 시위의 양대 축은 반푸틴이라는 공통점만 아니라면 전혀 어울릴 수 없는 조합이다.

한 자유주의 활동가는 “집회 도중 네오나치주의자들이 외국인 추방과 ‘러시아인을 위한 러시아 건설’을 구호로 외치면 정말 큰 걱정”이라며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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