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시시피 주지사, 퇴임일 대규모 사면 논란

  • Array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제 결혼해 가정도 꾸렸는데, 그가 다시 찾아와 ‘하던 일’을 마무리하려 하면 어쩌죠.” 미국 미시시피주에 사는 랜디 워커 씨는 19년 전 다비스 가틀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았다. 그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나 여자친구와 두 달 된 아기는 살인마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살인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가틀린이 다시 세상을 활보하게 됐다는 소식에 워커 씨는 망연자실해하고 있다.

CNN 등에 따르면 해일리 바버 미시시피 주지사(사진)는 임기 마지막 날인 10일 가틀린을 포함해 살인 강간 절도 등 중범죄자 215명에 대해 가석방을 포함한 사면령을 내렸다. 이례적인 대규모 중범죄자 사면 조치에 범죄 피해자 가족들이 불안에 떨고 있고 주지사의 사면령이 적절한 것인가를 놓고 논란도 커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가틀린은 가석방 후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존 키첸 당시 담당 검사는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피해자들이 모두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짐 후드 미시시피 주 법무장관은 “수백 명에 이르는 범죄자를 일일이 파악해 사면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했는지 의문”이라며 아직 수감 중인 21명에 대한 가석방 조치를 23일까지 중단하도록 했다. 또 후드 장관은 “사면요청이 있은 지 30일이 지나야 사면령을 내릴 수 있는데 바버 주지사는 이를 어기고 하루 만에 사면령을 처리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바버 주지사 측은 11일 성명서를 통해 “이미 가석방 중인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게 해주고 선거도 할 수 있게 해 주기 위해 급하게 사면령을 처리했다”고 해명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을 역임한 바버 주지사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 당시 피해 수습을 잘해 전국적인 인지도가 높아지며 한때 공화당의 대권 주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2008년 주지사 재선에 성공한 그는 지난해 11월 열린 주지사 선거에는 임기 제한 규정으로 출마하지 않았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