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킹 “核재앙으로 1000년내 인류 멸망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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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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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BC 70회 생일 특집 방송

21세에 루게릭 병 진단을 받았을 때만 해도 의사들은 길어야 3년 정도 더 살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그는 온갖 시련과 장애를 극복하고 50년을 더 살아 8일 70회 생일을 맞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 중 한 명인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사진) 얘기다.

BBC는 호킹 박사에게 보내는 시청자들의 질문을 모아 전달한 뒤 그의 답변을 받아 6일 방송했다. 블랙홀과 상대성 이론, 외계 생명체 등 우주과학, 그리고 인류의 미래 등 수많은 질문이 e메일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쏟아졌다.

○ “1000년 내 인류 멸망 가능성”


호킹 박사는 “핵전쟁이나 극심한 지구온난화의 재앙이 앞으로 1000년 내 반드시 올 것”이라며 “인류가 멸망할 가능성은 있지만(우주 식민지를 건설한다면)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100년 안에는 어렵겠지만 우리가 화성이나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 자급자족이 가능한 식민지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이 진보하면 인류가 우주의 다른 지역까지 퍼져나가는 게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호킹 박사는 앞으로 외계인과 접촉이 있을 수도 있지만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만약 외계인들이 먼저 지구를 방문한다면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 도착했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며 “(유럽인의 신대륙 발견은) 아메리카 인디언 원주민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했다”고 빗대어 말했다.

한편 “우주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을 때도 ‘시간’의 개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우주가 시작되기 전의 시간에 대해 논하는 것은 마치 남극점에서 남쪽이 어디냐를 묻는 것처럼 의미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또 “우주의 기원은 물리학의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하며 신(神)의 간섭이나 기적이 필요치 않다”며 무신론에 대한 소신을 재확인했다.

○ 이제 컴퓨터 목소리마저 잃어


이날 BBC로 방송된 호킹 박사의 답변은 실제 육성이 아닌 컴퓨터로 가공된 소리였다. 20대 때부터 전신 마비로 휠체어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5년 폐렴 치료 도중 기관(氣管) 절개술을 받아 목소리마저 잃었다. 그 후 호킹 박사는 뺨 근육을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의사표현을 해 왔다. 근육의 움직임을 그의 안경에 설치된 광학 센서가 읽어내고 이 정보가 컴퓨터에 전송되면, 음성합성기를 통해 소리로 전환하는 복잡한 방법이다. 호킹 박사는 이런 방식으로 1분에 10여 단어를 표현할 수 있었다.

그나마 요즘엔 근육신경의 악화로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선데이타임스는 “호킹 박사는 이제 1시간에 몇 문장을 말하는 것도 힘들어졌다”며 “전문가들이 호킹 박사의 뇌파나 안구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기계를 이용해 그의 의사소통을 돕는 방법을 연구 중”이라고 보도했다. 뇌파를 분석하려면 호킹 박사는 머리에 헤드폰 장비를 써야 하고 별도의 ‘훈련’도 받아야 한다. 현재의 몸 상태와 나이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호킹 박사는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연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30년간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지낸 그는 2009년 은퇴한 뒤에도 같은 대학의 응용수학·이론물리학과 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의 연구실 칠판은 아직도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수학 방정식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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