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알짜 자산’ 떨이… 美-中 기업사냥 ‘군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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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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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伊 국영기업 中서 잇달아 지분인수
美 사모펀드-기업들도 유럽 은행 매물에 눈독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주요 은행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알짜배기 자산을 ‘떨이’로 내다팔아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면서 우울한 세밑을 맞고 있다.

26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포르투갈은 최대 기업인 국영 전력회사 EDP의 지분 21%를 중국 국영기업인 싼샤(三峽)댐관리공사에 26억900만 유로(약 4조 원)를 받고 지난주 팔았다. 이는 중국이 유럽연합(EU) 회원국에 투자한 사상 최대 금액. 또 포르투갈은 국가전력망 운영기업의 지분 40%를 팔기 위해 중국 차이나스테이트그리드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구제금융 780억 유로를 받는 조건으로 EU 등에 재정긴축안을 제출했으며 여기에는 국영기업 민영화를 통해 500억 유로를 확보하는 계획이 포함됐다.

지난주 300억 유로의 재정긴축안을 의회에서 통과시킨 이탈리아도 국영기업 민영화 방안을 담았다. 주목을 끄는 것은 석유 메이저이면서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에 상당한 에너지 자산을 보유한 ‘에니’사의 지분 30% 매각안이다. 에니 지분의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로도 중국이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포르투갈 EDP에 거액을 ‘지르면서’ 곤경에 처한 유럽 국가들의 자산 쇼핑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알렸다. 주요 타깃은 과거 식민지에 에너지 관련 자산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는 유럽의 에너지 관련 국영기업들이다.

왕이밍(王一鳴) 중국 거시경제연구원 상무부원장은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유럽은 중국이 새로운 피를 수혈해줄 것을 원하고 있지만 유럽 국채를 사주는 형태가 아니라 (중국에도 이로운) 직접 투자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펀드와 기업들도 유럽 은행들이 내놓은 자산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세계 1위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독일 코메르츠방크로부터 3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 담보대출을 사들였다. 코메르츠방크는 내년 중반까지 53억 유로(약 8조 원)의 자본금을 확충하라는 금융감독 당국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자산을 넘겼다.

미국의 기업 인수합병(M&A)기업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도 그리스 은행으로부터 한 기업을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 인터넷 기업 구글은 아일랜드 국립자산관리공사로부터 더블린에 있는 몬테베트로 빌딩을 매입했다. 모건스탠리의 휴 반 스티니스 애널리스트는 “유럽 금융회사들이 향후 18개월 동안 최고 3조 달러의 자산을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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