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당한 日 야스쿠니신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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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벽 방화로 기둥 그을려
경찰, 등유로 불지른 남성 추적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제국의 A급 전범(戰犯)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에 26일 오전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경비원이 서둘러 진화에 나서 큰 피해는 없었지만 나무로 만든 대형 문기둥이 검게 그을렸다. 일본 경찰은 방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 야스쿠니신사 방화는 처음이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10분경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 구단키타(九段北)에 있는 야스쿠니신사에서 불이 났다. 화재 지점은 신사 본당으로 들어가는 출입구인 신문(神門)으로 문 바깥쪽 목재 기둥이 수십 cm 검게 그을렸다. 부상자는 없었다.

수사에 나선 일본 경찰은 방범 카메라에 검은색 옷차림의 한 남성이 작은 술병 2개에 담긴 액체를 문기둥에 뿌린 뒤 불을 붙이는 모습이 찍힌 것을 확인하고 방화범을 쫓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술병 안에는 등유가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민영방송인 TBS 등 일본 언론은 “방화사건 전에 트위터에 ‘재일코리안(재일한국·조선인)의 고통을 대변한다고 해도 어차피 일본인의 마음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야스쿠니신사를 불태워 버리겠다’는 내용의 범행을 예고하는 글이 오른 적이 있다”며 재일동포 관련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일본 경시청 대변인은 “사건 이전에 그런 글이 올라온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천황이나 총리에 반감을 품고 위협하는 글이 매일같이 올라온다”며 이 같은 의혹을 일축했다.

일본의 침략전쟁을 찬양하는 시설인 야스쿠니신사에는 태평양전쟁의 전범과 전몰 병사들이 합사돼 있으며 일본의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박물관도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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