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美 재정적자 못줄이면 신용등급 강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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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적자감축안 무산 여파… 신용전망 ‘안정적→부정적’
S&P는 佛 전망 곧 낮출 듯

미국이 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내놓지 못한 후폭풍으로 국가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프랑스 신용등급 전망도 10일 안에 낮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주요국 신용등급 하락 우려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세계 경제를 더욱 짓누를 것으로 보인다.

3대 국제신용평가회사 중 하나인 피치사는 28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다만 신용등급은 최고 등급인 ‘AAA’를 유지했다. 이번 전망 하향 조정은 향후 2년 내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50%를 넘는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미 의회가 초당적으로 만든 슈퍼위원회(특별위원회)가 향후 10년간 줄이기로 되어 있는 1조200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어떻게 줄일지, 그 방안에 합의하지 못함에 따라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제성장률 둔화와 지속적인 부채 증가세도 등급 전망을 낮춘 원인으로 작용했다. 피치는 2013년까지 믿을 만한 적자 감축안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피치의 이번 신용등급 전망 조정은 슈퍼위원회의 합의 실패 이후 신용평가회사가 처음으로 취한 조치다. 이에 앞서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신용등급과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피치의 이번 발표가 이미 알려진 악재인 만큼 시장을 혼란으로까지 몰아넣지는 않겠지만 민주 공화 양당이 보여준 정치적 리더십 부재는 시장 투자심리를 계속 억누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 이어 프랑스 신용등급 전망 하향조정도 곧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일간 라트리뷘은 이날 S&P가 앞으로 일주일에서 10일 이내에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라트리뷘은 익명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과도한 국가부채비율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또 “S&P가 25일 이런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무디스는 15개 유럽연합(EU) 국가의 87개 은행의 후순위채권 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후순위채는 은행이 부도를 내거나 파산했을 때 은행이 갚아야 할 순서가 가장 늦은 채권을 말한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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