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 핵심전범 4인 재판 32년만에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0일 1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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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양민 200만 명을 학살한 `킬링필드'로 악명을 떨친 크메르루주 정권(1975년~79년)의 핵심인사 4명이 32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는다.

유엔과 캄보디아 정부가 공동설립한 크메르루주 전범재판소는 21일 폴 포트 정권의 2인자 누온 체아(84) 등 양민 200만 명의 학살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4인방에 대한 재판을 시작한다.

피고인은 체아를 비롯해 키우 삼판(80) 전 국가 주석, 아엥 사리(85) 전 외교부장관과 그의 아내 아엥 타리트(79) 전 사회부 장관이다.

법정은 4일간 열리는 공판에서 모두진술을 통해 피고인들의 기소 요지를 명확히 할 예정이다. 피고인들은 전쟁범죄, 반(反)인도적 범죄, 학살, 고문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급진 공산주의를 표방한 크메르루주 정권이 집권한 4년 동안 캄보디아에서는 국민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200만 명이 학살되거나 굶어 죽었다.

크메르루주 정권의 만행은 학살된 양민들이 매장된 곳을 뜻하는 '킬링필드'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돼 널리 알려졌다.

전범재판소는 지난해 7월 투올슬랭 교도소 소장이었던 카잉 구엑 에바브에게 징역 30년형을 내리며 전범에 대한 단죄를 시작했다.

이번 재판은 전범재판소가 여는 두 번째 재판이자 가장 중요한 재판으로 평가받는다.

크메르루주 정권 1인자인 폴 포트는 1998년 단죄를 받지 않고 사망했다.

'세기의 재판'을 지켜보려고 수백명이 법정에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재판에 대한 캄보디아인들의 기대가 크지만, 판결의 실효에 대한 의구심 또한 제기됐다.

피고인들이 모두 80대의 고령이어서 재판부가 최종 판결을 내놓기 전에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법정은 최근 4인방에 대한 재판을 혐의에 따라 구분해 진행하기로 했다. 내달 5일부터는 강제이주와 반인도적 범죄 혐의만을 다루는 재판이 열린다.

그러나 정권의 '퍼스트 레이디'로 불리는 아엥 타리트는 치매를 이유로 지난 17일 불출석이 허용됐다.

또 기소된 4인방 중 키우 삼판만이 지난 6월 열린 첫 공판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누온 체아는 당시 "이 재판이 불쾌하다"면서퇴장했고 아엥 사리는 진술 의사가 없다는 뜻을 지난달 재판소에 전달했다.

재판에 대한 캄보디아 정부의 간섭 논란 또한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전범재판소의 지크프리트 블룽크 판사는 새로운 범죄 사실 수사에 대한 캄보디아 정부의 간섭이 도를 넘어섰다면서 사직서를 제출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크메르루주 전범 추가 기소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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