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중고교 ‘페이스북과의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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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왕따-음란범죄 온상… 아이 혼자 접속못하게 해야” 검찰까지 나서 학부모 계도

“페이스북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면 아이들이 반발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프라이버시 침해가 아니라 자녀들을 보호하는 겁니다. (부모라면) 그렇게 해야 합니다.”

지난주 미국 뉴저지 주 올드테판 시의 한 중학교. 뉴저지 주 버겐카운티 검찰 조사관의 ‘사이버범죄 예방’ 강연회에 참석한 학부모 100여 명이 질문 공세를 퍼붓고 있었다. 이날 강연은 중학생들을 사이버왕따, 음란물, 명의도용 등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로 검찰이 카운티 내 70여 개 중고교를 돌며 학부모를 대상으로 벌인 계도 활동 중 하나였다. 강연자 제프 앵거마이어 조사관은 1시간 반 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초점은 페이스북이었다. 컨슈머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페이스북 미성년 가입자는 2000만 명에 이르며 가입이 금지된 13세 미만도 750만 명에 이른다.

앵거마이어 조사관은 “판단력이 떨어지고 호기심이 많은 10대는 쉽게 사이버 범죄의 덫에 빠져들 수 있다”며 23세 청년이 가명으로 한 여고생과 페이스북으로 친구를 맺은 뒤 채팅을 통해 여고생 정보를 빼내다가 적발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학부모들에게 자녀들의 페이스북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반드시 숙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녀와 페이스북 친구를 맺어놓고 이들이 온라인에서 어떤 활동을 펼치는지 꼭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녀들이 컴퓨터를 침실과 자기 방처럼 폐쇄된 공간에서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한번 온라인에 올린 게시물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숙지시킬 것도 주문했다.

강연이 끝난 뒤 여기저기서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웅성거림이 나왔지만 앵거마이어 조사관은 강경했다. 그는 기자에게 “학교와 검찰이 사실상 페이스북과의 전쟁에 나섰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뉴저지 주뿐만 아니라 미국 각 주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사이버왕따와 사이버범죄의 온상이 되는 SNS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한 13세 소년이 페이스북을 통해 동성애자로 잘못 알려지면서 스스로 목을 매 목숨을 끊는 등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사이버 왕따)연구센터가 최근 10∼18세 청소년 4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이버 괴롭힘의 희생자가 되거나 이에 가담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0.8%에 이르렀다.

올드테판(뉴저지)=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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