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도롭스키는 제2 도스토옙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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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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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에 밉보여 수감뒤 글쓰기
언론에 100건 넘게 소개돼

수감된 지 8년째. 한때 러시아 최대 재벌이었던 미하일 호도롭스키 전 유코스 회장(48·사진)의 ‘감옥에서 보낸 편지’가 그 문학적 향취를 인정받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수용소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리거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운 그의 글이 러시아나 해외 언론에 벌써 100건이 넘게 소개됐다.

1995년 국영기업 유코스를 인수해 세계적 정유회사로 일궈낸 호도롭스키 전 회장은 2003년 10월 횡령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세계 26번째 부자였지만 공산당을 비롯한 우파연합(SPS)에 정치자금을 지원해 푸틴 당시 대통령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다.

23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수감 5개월 만에 쓴 그의 첫 번째 글은 ‘러시아 자유주의의 위기’로 푸틴에 대한 불만을 담고 있다. 그는 최근엔 러시아에서 영향력이 큰 정치주간지 ‘뉴 타임’에 ‘수용소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연작을 통해 동료 수감자들의 일상을 소개하고 있다.

2016년 말 출소하는 그가 지속적으로 외부에 기고할 수 있는 것은 제정러시아 시절 문인들이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여러 걸작을 남긴 영향이 크다. 19세기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시베리아 수용소 생활을 끝내고 ‘죄와 벌’을 남겼다. 비록 검열을 거치긴 하지만 수감자들이 글을 쓰는 것을 용인하는 분위기도 그런 문학적 성취에서 비롯된 전통이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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