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니지 23일 사상 첫 제헌의회 구성 선거… 재스민혁명 출발지, 민주화 첫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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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민주화 도미노’의 출발 국가인 튀니지가 23일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선거를 실시한다. 이번 선거로 구성되는 제헌의회는 1년 안에 새 헌법을 제정한 뒤 해산한다. 이후 대통령선거와 의회 총선이 치러진다.

올 1월 ‘재스민 혁명’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실시되는 이번 선거는 민중의 민주화 열망을 제도로 열매 맺는 첫 관문이어서 역사적 의미가 크다. 튀니지가 국민의 자발적 평화혁명을 선도한 데 이어 성공적인 아랍 민주주의 국가의 모델로 떠오를지 세계의 이목이 모아진다. 지난해 12월 17일 중부 소도시 시디부지드에서 경찰 단속에 항의한 대졸 청년 노점상 무함마드 부아지지 씨의 분신에서 시작된 항거가 민주주의로 열매를 맺는 중대한 과정을 거치는 셈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일 “튀니지 선거는 혁명 성공 이후 7개월간의 과도 기간에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며 “제헌의회는 튀니지공화국의 근간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슬람 정당인 엔나흐다당의 향후 행보가 특히 관심거리다. 1990년대 초 진 엘아비딘 벤 알리 전 대통령의 탄압으로 와해됐던 엔나흐다당은 민주주의 가치와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엔나흐다당이 선거가 끝난 뒤 어렵게 얻은 세속주의를 후퇴시키고 신정정치를 내세우는 강경 이슬람 색깔을 드러낼 것이란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다.

엔나흐다당에 맞서는 가장 유력한 정당으로는 유럽식 사회민주당을 모델로 한 진보민주당(PDP)이 꼽힌다. 주요 기업들이 후원하는 진보민주당은 두 번째 정당의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비(非)이슬람계 주요 정당으로는 중도좌파를 표방하는 에타카톨당, 인권을 앞세운 공화국을 위한 의회당(CPR),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온건민주연대 등이 있다.

프랑스 여론조사 기관인 오피니언웨이가 9월 22∼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튀니지 유권자의 25%는 엔나흐다당을, 16%는 진보민주당을, 4%는 에타카톨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자체를 낙관하기 어려운 요인도 없지 않다. 217석의 의석을 두고 경쟁하는 후보자가 110개 정당에 소속된 1만1000여 명에 이르러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정당으로 흘러들어오는 선거자금이 정치 관련 사업으로 이어지는 혼탁한 양상도 보이고 있다.

이번 선거가 성공적으로 치러져야 11월 21일 하원의원 선거를 치르는 이집트와 무아마르 카다피를 축출한 리비아 등 다른 ‘아랍의 봄’ 국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튀니지 인구 1060만 명 가운데 유권자는 430만 명으로 추산된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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