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허시초콜릿 포장공장에서 문화교환프로그램으로 일한 외국 학생들이 8월 17일 ‘억류된 노동자는 이제 그만’이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모습. 팔미라=AP 연합뉴스
8월 1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팔미라에 위치한 허시초콜릿 포장공장. 미 국무부가 시행하는 문화교환프로그램으로 입국해 이곳에서
여름 동안 일해온 200여 명의 해외 학생이 ‘억류된 노동자는 이제 그만’이라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 50년이 지났지만 해외 학생들이 시위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미 국무부가 해외
학생들에게 일도 하고 관광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미국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문화교환프로그램이 저임금의 해외 노동력을
활용하는 창구로 변질되면서 잘못된 미국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올해에만도 13만 명의 해외 학생이
6000달러(약 720만 원)를 내고 최장 4개월짜리 문화교류(J)비자를 받아 참가했다.
이번 허시초콜릿 공장 앞
시위는 몰도바 대학생 투도 우리히 씨가 중노동에 몸까지 상하자 6월 국무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e메일을 보낸 게 계기가 됐다.
그는 자신을 이곳에 배치한 미 현지 스폰서 미국교육여행위원회(Cetusa)에도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으나 위원회
측에서 “만약 미 정부에 항의한다면 당장 비자를 취소하겠다”는 답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참다못한 우리히 씨 등 학생들은 노조단체와
연계해 항의시위에 나서게 된 것.
Cetusa는 미 국무부와 계약한 70개 스폰서 업체 중 한 곳으로
18개국에서 400명의 학생을 받아 허시초콜릿 공장에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은 대부분 의대, 공대, 경제학과
대학원생이었다. 업체들은 인건비가 싸고 학생들이 수개월만 지나면 고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 때문에
교환프로그램 참가 학생들을 경쟁적으로 모집한다는 후문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부터 이 프로그램이 노동력을 착취하는 사례로 악용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혀왔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AP통신은 지난해 말 이 프로그램 참가 학생들이 스트립바에서까지 일한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허시 공장에서 지난해 겨울 일했던 코스타리카 대학생 토레스 시바야 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급여는 렌트비, 주택유지비,
버스비 등을 빼고 지급되기 때문에 주 5일 35시간 일해도 일주일에 실제 쥐는 돈은 85달러(약 10만 원)였다”며 “몸은 상하고
빚만 진 채 사기당한 심정으로 귀국해야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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