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큰애가 딸이든 아들이든 英 왕위 물려받게 법 고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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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머런, 英연방 15국에 서한… “가톨릭 신자와 금혼도 폐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남성이 우선시되는 현행 왕위계승법(Act of Succession)을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이 법이 개정되면 윌리엄 왕세손과 부인 캐서린 세손빈이 아이를 낳을 경우 첫째 자녀는 성별에 상관없이 왕위를 물려받을 수 있다. 현행법으로는 아들이 있을 경우엔 아무리 누나가 있어도 아들만이 왕위를 계승할 수 있다. 딸만 있으면 딸도 계승할 수 있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달 영연방 15개국에 왕위계승 제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서한을 보냈다고 AP통신 등이 12일 보도했다. 서한에서 캐머런 총리는 “우리는 모든 면에서 양성평등을 지지하며 고위 공직과 관련해서 남성 우월주의를 떠받드는 것은 변칙”이라고 밝혔다.

총리가 제시한 개혁안에는 왕위 세습자와 로마 가톨릭교도 간의 혼인 금지를 폐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행법에서 왕위 계승자가 로마 가톨릭교도와 결혼하거나 가톨릭으로 개종하면 왕위 계승권이 박탈된다.

이 개혁안은 28∼30일 호주 퍼스에서 열리는 영연방국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정상회의에는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등 15개국 정상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참석할 예정이다. 왕위계승법을 개정하려면 영연방 국가의 승인이 필요하다.

영국에서는 아들에게 왕위계승의 우선권을 주고 왕위 세습자와 로마 가톨릭교도의 혼인을 금지하는 왕위계승법의 차별적 조항이 꾸준히 지적돼 왔다. 캐머런 총리는 왕위계승법의 요소가 차별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개정에 따르는 복잡한 절차들을 고려해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윌리엄 왕세손이 올해 4월 결혼하면서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왕위계승법의 개정 요구가 시작됐다. 대부분 국민은 이 문제가 캐서린 세손빈이 임신을 하기 전에 해결되길 희망하고 있다고 AP가 전했다.

올해 초 영국 더선데이익스프레스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영국인 60%가 왕위계승 제도를 바꾸기를 원하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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