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대선은 ‘이색경력’ 오디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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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상원의원… IRA 전 사령관… 유로비전 콘테스트 우승자…
상징적 국가원수 선출… “누가 돼도 위상 추락” 전망

10월 27일 치러지는 아일랜드 대통령선거의 후보 등록이 28일 마감됐다.

메리 매컬리스 대통령의 후임을 뽑는 이번 선거의 후보는 7명으로 압축됐는데 그 면면이 심상치 않다. 동성애자 인권을 옹호해온 상원의원, 영국군을 상대로 무장투쟁을 벌인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전 사령관, 유로비전 노래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가수 등 평범하지 않은 이력을 지닌 후보가 대거 출마한 것이다. 그러나 누가 당선되더라도 1997년 이후 14년간 재임한 매컬리스 현 대통령(여성)과 같은 위상과 명망은 얻지 못하리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각책임제인 아일랜드에서 대통령은 상징적인 국가원수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 동성애자인 데이비드 노리스 상원의원이 지지율 21%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자신의 연인이었던 이스라엘인 에즈라 이츠하크 씨가 1992년 15세 팔레스타인 소년을 상대로 저지른 성폭행 사건에 개입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지난달 후보에서 전격 사퇴했었다. 당시 이스라엘 당국에 옛 연인의 선처를 부탁하는 편지를 보낸 것. 이츠하크 씨는 1997년에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지지율을 확인한 뒤 이달 초 선거운동을 재개했다.

여론조사 3위(16%)인 마틴 맥기니스 신페인당 후보는 IRA 사령관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IRA는 1969년 이후 북아일랜드와 영국에서 폭탄테러와 무장투쟁을 벌여온 단체로 2005년 무장투쟁 중단을 선언했다. 대선 출마를 위해 최근 북아일랜드 제1부장관 자리에서 물러난 맥기니스 후보는 자신만이 분열된 아일랜드를 통합할 수 있는 적임자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1970년 유로비전 노래 경연대회에서 우승한 팝스타이자 유럽의회 의원을 지낸 데이나 로즈메리 스캘런 후보는 1997년 대선 당시 매컬리스 현 대통령과 경쟁했던 거물이지만 지지율은 6%로 꼴찌를 달리고 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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