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특혜 거부”… 美 아프간 전쟁영웅의 ‘4번째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9일 03시 00분


미 해병대 병장 출신 다코타 마이어 씨의 ‘명예의 훈장’ 수여 소식을 전한 본보 17일자 A2
면 기사. 동료를 위한 희생정신과 원칙 준수, 겸손함에서 비롯된 세 가지 거부를 소개했다.
미 해병대 병장 출신 다코타 마이어 씨의 ‘명예의 훈장’ 수여 소식을 전한 본보 17일자 A2 면 기사. 동료를 위한 희생정신과 원칙 준수, 겸손함에서 비롯된 세 가지 거부를 소개했다.
“나에게만 주어지는 예외는 내 원칙과 양심에 배치된다. 차라리 4년 후에 소방대원 시험을 치르겠다.”

생존한 미국 해병으로는 처음으로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을 받은 다코타 마이어 씨(23)가 뉴욕 시 소방대원 지원 과정에서 특혜를 거절해 또 한 번 화제가 되고 있다. 마이어 씨는 2009년 아프가니스탄 간즈갈 계곡 전투에서 동료 시신 4구와 아군 36명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15일 명예훈장을 받았다. 그는 훈장 수여자로 결정됐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화를 근무 중이라는 이유로 받지 않아 화제가 됐었다.

▶본보 17일자 A2면 오바마에게 명예…

AP통신에 따르면 마이어 씨는 훈장 수상 이후 각종 기념행사에 참석하느라 19일 마감된 뉴욕 시 소방대원 모집에 신청서를 내지 못했다. 소방대원이었던 할아버지를 보며 자란 그는 아프간 전장에서 뉴욕 시 소방대원 출신인 다른 대원들을 보며 소방대원의 꿈을 키운 것으로 전해졌다.

마감을 놓친 그가 다시 지원하려면 4년을 더 기다려야만 한다. 그러자 그의 변호인인 키스 설리번 씨는 시 당국에 소방대원 신청 기한을 하루 연장해 줄 것을 요청했고 시 당국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브루클린법원은 “온라인상에서 잠깐 동안 신청기한을 연장하는 것은 정보접근성에서 뒤처진 흑인과 히스패닉 등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며 시 당국의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그 대신 법원은 마이어 씨의 사정을 감안해 그에게만 지원기회를 주도록 결정했다. 뉴욕 소방당국도 “마이어 씨는 용기와 자기희생 정신을 보여줬다. 그런 제안을 받을 만한 최고의 미국인”이라며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마이어 씨는 “그런 지원을 결정해준 뉴욕 시와 주민들에게 감사하지만 나만 특별대우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시 당국의 결정을 거절했다. 그 대신 “연장의 혜택을 모든 희망자에게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의 변호인을 통해 시당국에 편지를 보내 소수자들이 지원 기간 연장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도록 시당국이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훈장 관련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서부 해안 도시에 머물고 있는 그는 “나는 특별한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으며 아프간에서 보여준 용기는 예외적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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