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 가담한 사랑하는 딸, 눈물을 머금고 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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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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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육상 유망주 이브스 양, 부모 신고로 체포

TV에 방영된 경찰차 파손 6일 영국 런던 북부의 엔필드에서 한 여성(왼쪽 사진 원안)이 경찰차 유리창을 향해 도로공사 경계용 구조물을 던지고 있다. 이 여성은 2012년 런던 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첼시 이브스 양으로 밝혀졌다. 사진 출처 www.metro.co.uk
TV에 방영된 경찰차 파손 6일 영국 런던 북부의 엔필드에서 한 여성(왼쪽 사진 원안)이 경찰차 유리창을 향해 도로공사 경계용 구조물을 던지고 있다. 이 여성은 2012년 런던 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첼시 이브스 양으로 밝혀졌다. 사진 출처 www.metro.co.uk
“눈물을 머금고 딸을 신고했다.”

뛰어난 육상선수이자 가수로 활동하며 영국인의 사랑을 받아온 소녀가 영국을 휩쓴 폭동에 가담했던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소녀의 범행이 드러난 것은 “당장은 인기를 잃고 감옥에 가겠지만 딸의 긴 인생을 위해서는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게 옳다”며 딸을 신고한 부모의 용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6일 런던 북부의 엔필드에서 경찰차 유리창을 향해 도로공사 경계용 구조물을 던지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혀 관심을 모았던 ‘분홍색 카디건의 소녀’는 2012년 런던 올림픽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첼시 이브스 양(18)으로 밝혀졌다.

12일 일간지 더 선에 따르면 이브스 양의 부모는 폭동 이틀째인 6일 런던 동부 레이턴스턴의 자택에서 TV 뉴스를 보다 머리를 동여맨 채 기둥을 들고 차로 돌진하는 여자아이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바로 그들의 딸이었던 것이다.

“딸은 A학점을 받았고 창의적이며 훌륭한 아이였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내 딸을 사랑하지만 이렇게 가르치지는 않았다. 딸을 신고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자식을 신고한 우리가 용감한 게 아니며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이브스의 모친 아드리네 씨·47).

부친 로저 씨(54)는 “첼시가 그날 밤 집에 돌아왔을 때 우리는 모두 많이 울었다. 딸은 우리가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어 “딸이 감옥에 가는 걸 원하지 않지만 똑같은 상황이 와도 다시 신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흑인 소녀인 이브스 양은 이번 폭동 참가자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이다. TV에도 여러 차례 출연했다. 런던올림픽위원회는 그의 재능과 발랄함 때문에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세계 각국에 알리는 홍보대사로 선발했다. 2년 전에는 어린이자선축구재단 홍보모델로 선발되기도 했다.

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이브스 양은 주변의 동료들에게 “내 생애 최고의 날이다”라고 말한 뒤 가게 유리창에 돌을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전화 매장에서 물건을 훔치고 경찰차에 5000파운드 상당(약 873만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토트넘에서 폭동이 처음 발생하자 페이스북에 “경찰은 비난받아야 한다. 가게가 털렸다면 그것은 경비원의 잘못”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브스 양을 비롯해 백만장자의 딸, 유기농 음식점 요리사, 발레 전공 학생 등 겉보기에 부족한 것 없는 환경의 젊은이들이 폭동이나 약탈에 가담한 것으로 속속 드러남에 따라 영국 사회는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런던=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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