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동을 청소하자” 런던 빗자루 부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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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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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도에 훈계 흑인할머니 인기

동시다발 폭동으로 나라 곳곳이 무법천지가 됐지만 영국인들이 사태를 적극적으로 극복해나가는 강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폭동 나흘째인 9일(현지 시간) 자발적으로 빗자루를 들고 거리를 청소하는 ‘시민 빗자루 부대’가 런던을 중심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날 런던 서남부의 클래펌에는 회사원, 학생, 교사 등 시민 500여 명이 저마다 빗자루와 쓰레기봉지, 고무장갑을 들고 한자리에 모였다. 회사원 제임스 프리먼 씨는 “어젯밤까지만 해도 폭동으로 심한 무력감에 시달렸지만 복구 작업을 통해 런던 시민이 어떤 사람들인지 보여줘야 한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빗자루 부대’는 이 밖에도 남부 크로이던과 페컴, 서부 일링, 북부 해크니 등 이번 폭동의 피해지역 곳곳에 등장했다. 경찰은 “현장의 범죄 증거가 없어질 수 있고 안전도 우려된다”며 처음엔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허가 구역에서 경찰과 시 공무원의 보호하에 작업을 진행시키기로 했다.

8일 런던 해크니 지역의 길거리에서 할머니가 호통치는 모습.
8일 런던 해크니 지역의 길거리에서 할머니가 호통치는 모습.
시민들을 한곳에 모을 수 있었던 데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힘이 컸다. 영국의 인디록 가수인 샘 덕워스는 ‘@Riotcleanup(폭동 청소)’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시민들을 모았다. 한나절 만에 8만 명이 넘는 팔로어가 몰렸다. 폭동의 메신저 역할을 해 비난을 받았던 SNS가 이번엔 폭동 수습에 일조를 한 셈이다.

한편 폭동 현장에서 젊은이들에게 훈계하는 용감한 욕쟁이 흑인 할머니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이 할머니는 해크니 지역 거리에서 “사람들이 가게 하나를 차리고 운영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데 왜 불태우느냐”고 호통 쳤다. 서인도제도 출신의 연금생활자로 알려진 이 할머니는 절뚝거리는 걸음걸이에 지팡이를 짚은 채 간간이 욕을 섞어가며 젊은이들을 향해 큰 소리로 훈계를 했다.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 올라가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동영상=英 폭도에 훈계하는 흑인 할머니 영상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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