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보급 레스토랑 주말 ‘최후의 만찬’후 문닫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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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미슐랭가이드 최고등급 ‘★★★’… 엘불리, 전설이 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북쪽 코스타브라바 해변 산자락에 있는 작은 레스토랑 ‘엘불리’가 지난달 30일 문을 닫았다. 엘불리는 식도락가의 성서 격인 미슐랭 가이드가 부여하는 최고등급인 별 3개를 1997년 이래 14년간 받았다. 또 영국 잡지 ‘더 레스토랑’이 선정한 세계 최고식당에 다섯 차례 오른 스페인의 국보급 레스토랑이다.

음식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맛과 질감의 요리로 만드는 트렌디 조리법인 ‘분자 요리’를 도입한 요리장 페란 아드리아(49)는 이날 종업원과 엘불리를 거쳐 간 유명 주방장들을 초청해 마지막 만찬을 선사했다. 24년간 ‘미각혁명가’ ‘요리계의 마술사’로 불려온 그는 “엘불리는 2014년 음식연구재단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말했다.

저녁에만 문을 여는 엘불리는 좌석이 50석에 불과하고 1년 중 4월부터 6개월만 영업했다. 아드리아는 나머지 6개월간 새 재료와 아이디어를 찾고 독특한 맛과 질감의 요리를 만들기 위해 세계를 여행하거나 연구에 매진했다. 그 결과물은 1인당 평균 270유로(약 41만 원)에 이르는 ‘붉은 숭어의 뼈를 튀긴 후 솜사탕으로 감싼 미라’, ‘액체 질소로 식힌 피스타치오 트뤼플’ ‘딸기 머랭으로 만든 알파벳 수프’ 등 창조적인 요리였다.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군대 취사병이 요리 경력의 전부였던 그는 엘불리에 수습직원으로 들어가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그가 요리장을 맡는 동안 엘불리에는 한 해 평균 100만 건의 예약 요청이 들어오고 당첨 경쟁률이 1000 대 1에 달했다. 예약 리스트는 2년 치가 밀렸다. 뉴욕타임스가 “엘불리를 크게 소개할 테니 1주일 안에 (예약) 자리를 달라”고 하자 아드리아는 “뉴욕타임스니까 2년만 기다리게 해주겠다”고 답했다는 일화도 있다. 엘불리는 이 식당을 낸 독일인 한스 실링 박사가 기르던 불도그의 이름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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