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은 지금]“40도 살인폭염 뉴욕 잡네”… 美 33명 희생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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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미국 뉴욕 맨해튼 북부의 워싱턴 하이츠 지역.

소화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 앞에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이 몰렸다. 맨해튼뿐만 아니라 브롱크스 등 뉴욕 곳곳에서는 이런 광경이 며칠째 계속되고 있다. 뉴욕 시 당국이 안전사고와 물 부족을 우려해 불법적인 소화전 개봉을 하지 말라고 연일 경고하고 있지만 8일째 계속되는 더위에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맨해튼의 수은주는 22일 오후 2시 10분 화씨 104도(섭씨 40도)로 54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뉴요커들은 힘겨운 ‘폭염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맨해튼에서 만난 윌리엄 엘리아스 씨(62)는 “뉴욕에서 내 평생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높은 기온은 지하철 관제센터에도 영향을 미쳤다. 21일 뉴욕 지하철 10곳의 시계가 멈춰서기도 했다.

더위에 지친 뉴요커들은 오염된 강물에 뛰어드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뉴욕 시당국은 19일 할렘의 하수처리장 사고로 하루 1억3000만 갤런(약 5억 L)의 오수가 허드슨 강과 할렘 강에 방출되자 물놀이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일부 시민은 못들은 척했다. 폭염으로 뉴욕 시의 전력 사용량도 22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등의 6만6000여 가구는 폭염 속의 정전사태를 맞이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전 사태보다 따뜻한 것이 낫다”며 실내온도를 섭씨 26도로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폭염은 뉴욕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동부 지역까지 덮쳤다. 미 전역에서 더위 관련 사망사건은 33건이 보고됐다고 뉴욕타임스가 미 기상청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 내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역의 인구를 모두 합치면 전체 인구의 절반에 육박한다. 뉴저지 주 뉴어크의 기온은 42도로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했다.

캐나다에서도 21일 퀘벡 주와 온타리오 주 20여 곳에서 최고기온 기록이 깨졌다. 토론토의 이달 평균기온은 37.9도로 역대 월평균기온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미국 곳곳은 더위는 물론이고 폭우 등 각종 이상기후에 시달리고 있다. 남부 텍사스 주의 75%에 해당하는 지역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시카고에서는 23일 새벽부터 하루 강수량으로는 사상 최고치인 176mm의 폭우가 쏟아졌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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