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 “오늘은 내인생 가장 부끄러운 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0일 03시 00분


英의회 청문회 출석한 ‘미디어 황제’ 고개숙여… “해킹 유감… 난 몰랐다”

“오늘은 나의 인생에서 가장 부끄러운 날입니다.”

19일 영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이 의원들의 추궁에 앞서 깊이 머리를 숙였다. 머독 회장이 영국에서 40년 넘게 언론을 소유해 오면서 의회 청문회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원 문화위원회는 이날 머독 회장과 그의 아들 제임스 머독 뉴스인터내셔널 회장, 레베카 브룩스 뉴스오브더월드(NoW) 전 편집장을 불러 휴대전화 메시지 해킹 사건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캐물었다. 특히 뉴스코퍼레이션 최고경영진이 기자들의 해킹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사실을 알고 은폐를 기도했는지, 유명인사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 대가로 경찰들에게 금전을 지급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하지만 머독 부자는 해킹이 벌어진 사실에 대해선 깊은 유감을 표하지만 기자들의 해킹 사실 자체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머독 회장은 “(내가 소유하고 있는)뉴스코퍼레이션 내에서 NoW의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머독 회장은 청문회가 회사에 끼칠 파장을 고려해 예상 답변을 미리 만들어 연습했다고 일간 데일리메일이 보도했다.

한편 NoW 기자들이 휴대전화 해킹을 자행하고 있다고 폭로했던 NoW의 전직 기자가 18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18일 오전 런던 북부 하트퍼드셔 웟퍼드 자택에서 숀 호어 씨(47·사진)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부검을 진행한 결과 타살 가능성은 없으며 호어 씨가 평소 알코올의존증과 과대망상 등을 겪어 왔다는 주변 인물들의 말에 따라 자살 또는 단순 변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NoW와 ‘더 선’에서 쇼비즈니스 부문 기자로 활동했던 호어 씨는 지난해 뉴욕타임스 및 BBC와의 인터뷰에서 “NoW 전직 편집장이던 앤디 쿨슨 씨가 해킹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으며 자신을 포함한 기자들에게 해킹을 적극적으로 독려했다”고 털어놓았던 인물. 호어 씨는 알코올과 약물 중독으로 2005년 회사에서 해고당한 후에도 오랫동안 병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언론인 동료들은 트위터에 “항상 술집에 앉아 기삿거리에 대해 얘기하던 영국 기자의 전형” “항상 솔직해지려고 노력했으며 약물 중독을 극복하려 했다”는 글을 올리며 그를 추모했다.

하원 내무위원회는 이날 별도로 폴 스티븐슨 전 경찰청장과 존 예이츠 치안감을 출석시켜 신문사 간부들과의 관계를 물었다. 이들 경찰 수뇌부는 NoW의 간부를 지낸 닐 윌리스를 경찰 홍보 자문관으로 채용하고 신문사 고위 인사들과 자주 만나는 등 유착 의혹이 제기돼 모두 사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 중인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0일 열리는 하원 청문회를 준비하기 위해 당초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기로 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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