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기업들 ‘여성 임원 할당제 도입’ 서약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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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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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란 이유로 차별… ‘유리 천장’시대 끝내자”

《 여성은 ‘세상의 절반’이라지만 정작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이사회에선 10분의 1밖에 차지하지 못한다. 성차별이라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Glass ceiling)’에 가로막혀 승진과 진급에 번번이 실패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주요 기업들이 이 같은 벽을 깨겠다며 “이사회의 일정 비율을 여성으로 구성하겠다”는 자발적인 서약에 나서고 있다. 》
이사회의 여성할당제는 신입사원단계에서 여성 몫을 정하는 채용할당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회사 중역에까지 여성 몫을 규정함으로써 유리천장을 없애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유럽에선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를 법으로 강제하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 “여성임원 뽑겠다” 속속 동참

루이뷔통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갖고 있는 프랑스 LVMH그룹은 12일 “2020년까지 이사회 여성 비중을 4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했다. LVMH그룹은 이미 그룹 전체 중견간부의 61%, 지난해 승진한 직원의 73%가 여성일 정도로 ‘우먼 파워’가 센 곳이다. 그럼에도 최고 간부직인 이사회에까지 여성 비율을 높이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이회사 샹탈 감펠레 인사 담당 부사장은 “다양성은 우리 그룹의 DNA다. 여성은 그룹의 모든 조직에서 자기 몫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서약은 모든 부문에서 최고를 추구한다는 회사의 의지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LVMH그룹의 이번 서약은 유럽연합(EU)이 벌이고 있는 ‘기업 이사회 내 여성 비율 제고서약’ 캠페인의 일환이다. EU는 3월 “여성 임원 비중을 2015년에 30%, 2020년에 40%까지 높인다”는 내용의 서약서 양식을 만들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서명하도록 독려했다. 지금까지 LVMH그룹 외에 프랑스의 명품 화장품 업체인 겔랑 등 유럽 내 6개 업체가 이에 동참했다. EU는 캠페인 1년이 되는 내년 3월까지 기업들의 참여 수준을 지켜본 뒤 EU 차원의 임원할당제 입법 등 추가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 노르웨이 등은 법안으로 강제

유럽 기업들의 이사회 여성 비율은 평균 11.7%. 이사회 의장 비율은 훨씬 더 떨어져 3%에 불과하다. 미국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대기업 여성 이사는 전체의 12% 선이고 상장(上場) 대기업의 30%가량은 여성 이사가 한 명도 없다.

직장 내 성차별 문제 해결을 위해 유럽은 예전부터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노르웨이는 2003년 세계 최초로 여성이사 비율을 40%로 강제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지난해 현재 이 나라의 여성 임원 비율은 38%로 독보적인 1등이다. 프랑스도 2014년까지 여성이사 비율을 20%로 할당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스페인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도 비슷한 법률을 시행 또는 논의 중이다. 아직 할당제에 대한 논의가 없는 미국은 일부 뜻있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해당 기업 주주총회에서 여성 이사를 앉히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정도다. 한국에선 전체 직원과 관리자급 모두 여성 고용비율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긴 하지만 권장 사항에 그치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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