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음악인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휩쓸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일 0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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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 남녀 모두 1위, 피아노 2.3위, 바이올린 3위 입상
"콩쿠르 역사상 한 나라서 5명 동시 입상 이례적인 일"

한국의 날이었다. 국내에서 기초를 다진 한국의 '토종 음악가'들이 세계 3대 콩쿠르에 속하는 러시아의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의 각종 상을 휩쓸었다.

남녀 성악 부문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피아노 부문에서 2, 3위, 바이올린 부문에서 3위에 오르는 등 5명이 한꺼번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지난달 15일부터 30일까지 약 2주 동안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14회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베이스 박종민(24·독일 함부르크 국립극장)씨가 남자 성악 부문 1위, 소프라노 서선영(27·독일 뒤셀도르프 슈만 국립음대)씨가 여자 성악 부문 1위를 각각 차지했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의 꽃'으로 불리는 피아노 부문에서도 손열음(25·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씨가 2위, 조성진(17·서울 예고)씨가 3위에 나란히 올랐으며, 바이올린 부문에서도 이지혜(25·독일 크론베르그 아카데미)씨가 3위를 했다.

벨기에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폴란드의 쇼팽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한국 음악인들이 이번처럼 한꺼번에 대규모 수상자를 쏟아낸 것은 처음이다.

특히 입상자들은 대부분 한국의 예고나 예술대 등에서 기본 음악 교육을 받은 국내파들이라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

30일 저녁 9시(현지시간)부터 모스크바 시내 차이코프스키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각 부문 별 수상자로 한국 참가자들의 이름이 연이어 호명되자 참석자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뜨거운 박수 갈채를 보냈다.

시상식에 참석한 한 음악인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역사상 주최국을 제외한 나라에서 한꺼번에 5명의 입상자가 나온 건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지금까지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전 부문을 통틀어 한국인이 우승한 것은 1990년 제9회 대회 성악 부문의 최현수씨가 유일하다.

그 다음으로 우수한 성적은 1974년 제5회 대회에서 정명훈 씨가 피아노 부문에서공동 2위, 1994년 제10회 대회에서 백혜선 씨가 역시 피아노 부문에서 3위를 한 것이다. 성악부문에선 2002년 제12회 대회에서 김동섭 씨가 3위를 차지했었다.

한꺼번에 한국인 입상자가 나온 건 2002년 12회 대회로 성악부문의 김동섭 씨와 함께 피아노 부문에서 임동민 씨가 5위에 입상했었다.

남자 성악 부문 우승자 박종민씨는 이번 콩쿠르에서 하이든과 슈베르트, 로시니등의 곡으로 1차 예선과 2차 본선을 통과한 뒤 3차 결선에서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이올란타' 중에서 레네왕의 아리오소 '하느님, 만일 내게 죄가 있다면'과 폰키엘리의 오페라 '라 지오콘다' 중 알비세 공작의 아리아를 불러 우승을 확정지었다.

모차르트와 차이코프스키, 라흐마니노프 등의 곡으로 1, 2차 장벽을 넘은 서선영씨는 결선에서 카탈라니의 오페라 '라 왈리' 중 아리아와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예브게니 오네긴' 중 '타티야나의 편지 장면' 등으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한국 음악가들이 성악 부문의 금메달을 휩쓸었다"고 전하면서 "이들이 부상으로 각각 2만 유로의 상금도 챙겼다"고 전했다.

남자 성악 2위엔 몽골의 아마르투프쉰 엔흐바트가 올랐으며 3위는 나오지 않았다. 2위가 없는 여자 성악 3위 자리는 러시아의 옐레나 구세바가 차지했다.

피아노 부문에선 결선에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과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한 손열음씨가 완벽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정열적 연주로 1천여 청중들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 내면서, 2위의 영예와 함께 쉐드린 에튜드 특별상과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특별상을 함께 받았다.

결선에서 역시 같은 곡을 연주한 조성진씨도 17세의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성숙하고 알찬 연주로 청중과 심사위원들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았다.

피아노 1위엔 러시아의 다니일 트리포노프가, 1위가 없는 바이올린 공동 2위엔 러시아의 세르게이 도가딘과 이스라엘의 이타마르 조르만이 각각 올랐다.

1958년부터 시작돼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차이코프스키 콩쿠르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성악 등 4개 부문으로 나눠 진행된다.

올해엔 콩쿠르 역사상 처음으로 지금까지 모스크바에서만 열리던 대회를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나누어 치렀다. 피아노와 첼로 부문은 모스크바 차이코프스키 국립음악원에서 바이올린과 성악 부문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 등에서 개최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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