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00년만의 폭우라지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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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1시간반동안 173mm 비에 도시 마비‘인구 2000만의 도시가…’ 런민일보도 개탄

중국 수도 베이징이 23일 폭우로 도시 기능이 사실상 마비돼 2000만 인구가 사는 대도시의 수방(水防) 인프라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약한 비가 내리던 23일 오후 4시 10분. 베이징 시 기상국은 호우경보를 황색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청색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20분이 지나 갑자기 ‘양동이로 물을 쏟아 붓듯이’ 폭우가 쏟아졌다. 국가기상국은 1시간 반 만에 173mm가 내려 평년 6월 한 달 동안 내리는 비의 2.5배 정도의 폭우가 쏟아졌다고 발표했다.

이날 오후 5시 30분 시청(西城) 구 4호선 타오란팅(陶然亭) 지하철역 입구. 미니 폭포수처럼 물이 계단을 타고 내려오는 가운데 시민들이 급히 지하철 역사를 빠져나오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급하게 계단을 오르내리는 아이들이 ‘급류’에 휩쓸리지 않을까 싶은 아슬아슬한 장면도 있었다.

오후 6시 30분 베이징 중심을 가로지르는 지하철 1호선의 서쪽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도로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시 도로교통관리국은 오후 5시 47분 폭우에 따른 ‘도로 홍수’로 2순환로부터 5순환로까지 차량 운행이 불가능한 곳이 많다고 알렸다.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도 중단돼 시민들이 수백 m씩 줄을 서서 1∼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스징산(石景山) 구 핑궈위안(평果園)에서는 20대 남성 2명이 뚜껑이 없는 맨홀에 빠져 실종됐으며 다른 지역에서는 전신주가 넘어지면서 한 남성이 감전돼 사망했다. 서우두(首都) 공항에서는 이날 오후 9시까지 144편이 결항하고 93편이 연발착했다.

베이징 시 관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100년 만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시간당 100mm의 폭우가 쏟아진 곳이 40km²나 돼 시내 홍수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충분한 예고가 없었던 데다 폭우에 대한 대비가 너무 허술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도 “도시 관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남부에서는 3일부터 계속된 폭우와 홍수로 175명이 숨지고 86명이 실종됐다. 광둥(廣東) 성에는 23일 태풍 하이마(海馬)가 상륙해 홍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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