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캐서린 세손빈까지 해킹 당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머독 소유 매체에 고용된 탐정… 英유명인 계좌-통화내용 털어

토니 블레어 전 총리와 캐서린 세손빈을 포함해 정계 인사, 왕실 가족, 유명 연예인까지 연루된 ‘전화 해킹 스캔들’이 영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톰 왓슨 의원은 8일 하원에서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의 언론그룹 ‘뉴스인터내셔널(NI)’에 고용돼 유명인사의 개인정보를 빼돌린 사설탐정 조너선 리스(56)를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를 겨냥해 “이번 사건이 힘 있는 권력에 의해 은폐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리스가 절도, 사칭은 물론이고 컴퓨터 해킹이나 불법 감시기술을 이용해 유명 인사들의 기밀자료를 훔쳤으며, 해킹 대상에는 잭 스트로 전 내무장관, 존 스티븐스 전 런던 경찰국장과 존 예이츠 대테러 담당 고위 관료 등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또 에디 조지 전 영국은행 총재는 주택담보대출 계좌 명세를, 캐서린 세손빈은 은행계좌 정보를 각각 수집당했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NI 계열사인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의 클리브 굿먼 기자가 왕실 가족의 휴대전화 음성메시지를 해킹한 혐의로 2007년 실형을 선고받으며 언론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에릭 클랩턴, 믹 재거, 주드 로 등 유명 연예인도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여배우 시에나 밀러는 휴대전화 메시지를 해킹당했다며 뉴스오브더월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8일 승소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미러그룹과 뉴스오브더월드에서 프리랜서로 근무한 리스는 2000년 코카인을 재배한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았다. 2004년 가석방된 그는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인 앤디 쿨슨에게 다시 고용됐으며 연간 15만 파운드를 받고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쿨슨은 캐머런 총리의 언론 자문을 맡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NI 대변인은 “왓슨 의원의 의혹은 부정확하며 경찰로부터 리스와 관련한 어떤 정보도 요청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가디언은 “사건의 실마리는 경찰이 리스에게 압수한 것으로 알려진 거래 명세를 적은 서류뭉치에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