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사살 이후]빈라덴, 위키리크스 봤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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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공개 ‘관타나모 파일’에 은신처 지명 등 낱낱이 드러나

‘오사마 빈라덴이 위키리크스에 나온 자신의 은신처 관련 내용을 자세히 봤다면….’

미국으로서는 생각하기 싫은 시나리오다. 지난달 25일 뉴욕타임스 등을 통해 공개된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관타나모 파일’에 빈라덴의 은신처였던 ‘아보타바드’라는 지명과 주요 연락책의 이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 당국이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780명을 심문해 분석한 이 문건에는 알카에다의 핵심 조직원 아부 알리비의 심문 내용이 들어 있었다. 알리비는 빈라덴 사살 작전에서 결정적 단서가 된 빈라덴의 핵심 연락책(courier)에 대한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관타나모 파일 중 2008년 문건에 따르면 알리비는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2003년 빈라덴의 메신저가 돼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 문건에는 “2003년 7월 연락책인 마울라위 아브드 알칼리크 잔은 알리비(수감자로 표기돼 있음)에게 기금 모금과 이동 주선, 자금 분배 등의 역할을 맡아 달라는 (빈라덴의) 편지를 전달했다. 2003년 중반에 알리비는 가족과 함께 파키스탄 아보타바드로 옮겼고 아보타바드와 페샤와르를 오가며 일했다”고 적혀 있다. 따라서 빈라덴 측이 기사를 꼼꼼히 봤다면 피신할 수 있었을 거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빈라덴의 은신처 정보를 확보한 사실이 지난주 위키리크스 폭로로 알려져 작전이 실패할 것을 우려한 미국이 일정을 앞당겼을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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