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정부, 공습 강력비난… “카다피는 무사… 나토, 국제법 위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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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민간인들 희생 유감”… 카다피 가족 사망 파장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여섯째 아들인 사이프 알아랍(29)과 손자 3명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의 공습을 받아 사망했다고 리비아 정부가 1일 밝혔다. 서방이 카다피 원수의 목숨을 직접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게 됨에 따라 군사 개입의 목적과 범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무사 이브라힘 리비아 정부 대변인은 “4월 30일 오후 8시경 트리폴리 알아랍의 집에 나토군의 미사일이 떨어져 사이프 알아랍과 카다피 원수의 손자 3명이 죽었다”며 “카다피 원수와 부인도 함께 있었지만 이들은 무사히 탈출했다”고 밝혔다.

리비아 정부는 희생된 3명의 손자가 모두 12세 이하의 어린이였다는 점 외에 자세한 신원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브라힘 대변인은 “이번 공격은 카다피 원수를 암살하기 위한 작전이며 국제법이나 어떤 도덕적 원칙으로도 허용되지 않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나토군은 카다피 원수의 요새인 바브 알아지지아 인근에 정밀 공습을 했다고 인정했지만 “알아랍 등의 사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나토군은 “이번 공격은 개인이 아닌 군사시설을 겨냥한 것”이라며 “모든 종류의 인명피해, 특히 분쟁으로 인한 무고한 민간인들의 희생에는 유감을 표시한다”고 덧붙였다. 바브 알아지지아 요새는 카다피 원수 숙소와 행정동, 정부군 지휘통제사령부 등이 모여 있는 면적 6km²의 복합단지다. 1986년 미군 공습으로 당시 카다피 원수가 사택으로 쓰던 건물이 폭격을 받아 무너졌고 15개월 된 수양딸이 숨졌다.

공습 장소가 요새 내 군사시설이든 사택이든 카다피 원수의 가족이 숨짐에 따라 카다피 정권에 동정적인 국가들을 중심으로 리비아 공습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카다피 원수 측도 서방을 비난하는 선전전의 공세를 높일 기세다. 리비아 정부는 공습 직후 폐허가 된 현장을 외신기자들에게 공개하면서 알아랍의 집이라고 설명했다.

리비아 군사작전에 대한 유엔 결의안은 ‘민간인 보호를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고만 돼 있을 뿐 ‘카다피 원수와 그의 일가족 제거’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카다피 원수가 느끼는 신변 위협이 더욱 절박해져 내전 상황에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리비아 정부의 발표 내용에 대한 신빙성에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벵가지에 근거지를 둔 반(反)카다피군 측은 “리비아 정부가 국제사회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사실관계를 왜곡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1986년 미군 공습으로 카다피 원수의 수양딸이 사망했을 때도 서방 언론들은 “카다피 원수가 여론 반전을 위해 자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어린이를 사후(死後)에 입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숨진 것으로 알려진 알아랍은 카다피 원수의 7남 1녀 중 서방사회에 가장 덜 알려진 아들이다. 1982년 카다피 원수와 둘째 부인 사피아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2006년부터 독일 뮌헨에서 유학하던 중 최근 내전이 발생하자 귀국했다. 유학시절 독일 나이트클럽 직원과의 폭행사건에 연루돼 경찰의 조사를 받으며 외신의 주목을 끌기도 했지만 정작 리비아에서는 이렇다 할 공식 직책을 맡지 않았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트리폴리와 벵가지에서는 애도 및 자축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반정부 시위대들은 “우리의 자녀와 국민을 그토록 살해한 카다피도 자식을 잃는다는 것이 어떤 심정인지를 느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다피 원수는 공습 몇 시간 전인 4월 30일 오전 국영TV에 출연해 “우리는 연합군과 정전협상을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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