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가는 ‘만인의 연인’ 故다이애나비 묘지있는 英 올토프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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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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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는 이 적어 7, 8월만 개방… 유채꽃 활짝 핀 봄날의 시골
장남 결혼 아는지 모르는지 어머니 묘소는 깊은 적막만

굳게 닫힌 철문 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어머니인 다이애나 비가 잠들어 있는 영국 올토프의 스펜서 백작 가문 사유지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곳은 7, 8월에만 일반에 개방된다. 올토프=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굳게 닫힌 철문 영국 윌리엄 왕세손의 어머니인 다이애나 비가 잠들어 있는 영국 올토프의 스펜서 백작 가문 사유지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곳은 7, 8월에만 일반에 개방된다. 올토프=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29일 열릴 세기의 결혼을 앞두고 영국은 물론이고 서방세계가 들떠 있지만 지하에서 장남의 결혼을 지켜보고 있을 어머니의 묘소는 적막에 감싸여 있다. 왕세자비였으나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해 이혼하고 1년 뒤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비운의 여인 다이애나 비(妃)는 스펜서 백작 가문의 사유지 올토프에 묻혀 있다.

런던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120km를 달린 뒤 유채꽃밭이 끝없이 펼쳐진 한적한 시골길을 20분 지나자 스펜서가(家)의 땅임을 알리는 담벼락과 함께 성으로 향하는 정문이 나타났다. 올토프 성에는 다이애나 비의 오빠인 스펜서 백작이 산다. 또 다이애나 비가 어린 시절부터 사망할 때까지 쓰던 각종 유품과 사진, 동영상, 웨딩드레스 등이 전시돼 있다.

철문은 꽁꽁 닫혀 있었다. 문에는 1년 중 7월과 8월에만 개방한다는 안내판이 걸려 있었다. 담 안에는 양과 소들이 풀밭을 뒹굴거나 돌아다니고 있었다.

사유지에서 1km쯤 떨어진 마을의 성모마리아 교회 뒤편에는 원래 다이애나 비가 묻힐 뻔했던 묘지가 있다. 스펜서 가문은 다이애나 비의 묘를 이곳에 두려다 1년 내내 세인의 관심을 끄는 걸 부담스러워한 왕실의 입장을 고려해 막판에 바꿨다. 다이애나 비는 그렇게 조금씩 잊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 윌리엄 왕세손은 예비신부인 케이트 미들턴 씨를 데리고 20일 어머니의 묘지를 찾았다. 두 사람은 윌리엄과 해리 왕세손이 어린 시절 심어둔 나무들이 있는 수목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윌리엄 왕세손이 어른이 된 뒤 공개적으로 모친을 언급한 건 2009년 3월이 처음이다. “다시는 엄마라는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제는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고 다시 가꿔나가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 게 된 것 같다.”

사실 다이애나 비를 만인의 기억 속에 되살려나간 건 영국 왕실도, 스펜서 가문도, 그의 두 아들도 아닌, 다이애나 비의 연인으로 함께 숨진 도디의 부친 무함마드 알파예드 씨였다. 영국의 최고급 해러즈 백화점을 거느린 해러즈그룹 총수였던 그는 아들과 다이애나 비가 음모로 살해됐다며 오랫동안 소송을 벌였다. 하지만 2008년 4월 영국 법원은 “사인은 운전기사와 파파라치들의 부주의한 운전”이라고 판결했다.

런던의 해러즈 백화점 앞엔 알파예드 씨가 아들과 다이애나 비를 기리기 위해 설치한 조각상이 있다. 원통형 기둥에는 ‘INNOCENT VICTIM’(무고한 희생자)이라는 문구가 있다. 백화점 관계자는 “윌리엄 왕세손의 결혼식 때문인지 조각상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관광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노샘프턴셔·런던=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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