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에 성폭행당했던 흑인 여성에 67년 만의 사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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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앨라배마州 “기소 안한 건 잘못”

1944년 어느 날, 미국 앨라배마 주 아브빌에 살고 있던 24세 흑인 여성 레시 테일러 씨는 교회에서 집으로 향하던 중 백인 남성 7명과 마주쳤다. 테일러 씨를 칼로 위협해 납치한 남성들은 황폐한 과수원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하지만 테일러 씨는 법의 보호조차 받지 못했다. 모두 백인 남자였던 배심원단은 성폭행범들을 기소하지 않았다. 실제로 앨라배마 주는 1960년대까지도 버스 내 백인 전용 좌석이 있을 정도로 인종차별이 심했던 주 가운데 하나다.

그로부터 67년이 흘렀다. 이미 91세가 된 테일러 씨에게 뒤늦은 사과의 뜻이 전달됐다. 앨라배마 주 상원은 당시 사건을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고 배심원단이 인종주의 편견에 사로잡혀 기소를 하지 않았다며 깊은 유감과 사과를 하는 결의안을 21일 구두표결로 통과시켰다. 이에 앞서 3월 주 하원도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며 로버트 벤틀린 주지사도 서명할 것이라고 밝혀 이 결의안은 이른 시일 내 효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의안을 주도한 덱스터 그림즐리 주 상원의원은 “성폭행범을 처벌하지 않은 것은 도덕적으로 혐오스럽고 불쾌한 일”이라며 “당시 성폭행범들이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인종주의 때문”이라고 밝혔다. 성폭행을 당한 후 협박에 시달린 테일러 씨는 30년 전 고향을 떠나 현재 플로리다에 살고 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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