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외교가 급속히 움츠러들고 있다. 집권 민주당은 22일 개발도상국에 지원해온 공적개발원조(ODA)를 10%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정치권에서는 대지진 직후인 지난달 중순부터 개발도상국에 지원해온 ODA를 줄여 복구 비용에 충당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은 20%를 줄이면 1100억 엔(약 1조4300억 원) 정도를 마련할 수 있다며 밀어붙이려 했지만 여권 내부와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자 10%만 삭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일본의 ODA 규모는 한때 세계 최고였지만 12년 연속 줄어들어 이젠 세계 5위로 떨어졌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선 “세계 각국이 일본을 돕겠다고 나서는 때에 일본이 ODA를 줄이면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역내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는 문제도 일본은 6월까지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대지진 이후 각국과의 협의가 중단됐다. 6월 결정은 물 건너갔다는 평이 많다. 미국 호주 등 9개국은 11월 TPP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일본으로선 ‘자유무역 낙제생’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마쓰모토 다케아키(松本剛明) 외상의 해외 출장도 정치권에 발목이 잡혔다. 마쓰모토 외상은 이달 말부터 미국에서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면담, 벨기에 핵군축 외교장관회의 등에 잇따라 참석해 대지진 지원에 감사를 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피해 복구 추경예산을 심의하는 국회에 모든 각료가 참석하는 게 관례라는 이유로 정치권이 그의 출국을 저지할 태세여서 외교 일정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댓글 0